중국·인도산 부품을 국산이라고 속여 1200억원어치를 국내외에 판매한 한국프랜지공업 경영진과 위장계열사 대표 등 7명이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회장 A씨에게 징역 7년, 전 대표이사 B씨와 C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3년, 임원 D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300만원, 현 대표이사 E씨와 임원 F씨에게 각각 징역 2년6개월, 계열사 대표 D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양벌 규정을 적용해 업체에 대해서도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의 말대로 “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이자 도덕적 해이의 극치”이므로 엄중한 처벌은 당연하다.

이번 사건은 기업의 도덕 불감증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 알려준다. A씨 등은 배관과 배관을 잇는 이음 부품인 플랜지(flange) 제조원가가 타 업체에 비해 높아 경쟁에서 뒤떨어지게 되자 지난 2008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0여년 간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부품을 수입해 원산지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했다. 이들은 10여년 간 25개 업체들로부터 140만개에 이르는 플랜지 원산지를 속여 1225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플랜지 제품에 ‘Made in China’라고 적혀있는 원산지 표시를 그라인더로 갈아 지운 뒤, 업체 로고와 ‘KOREA’를 새로 새겼다. 이 정도면 가히 국가대표 사기범이라고 할만하다.

플랜지는 정유시설이나 석유화학시설 등 배관이 많이 사용되는 장치산업에 주로 쓰이는 부품이다. 울산에 조성돼 있는 대단위 석유화학단지 등에 이같은 플랜지가 엄청나게 납품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 지난 2015년 7월부터는 원산지를 조작한 플랜지 11억원 상당을 러시아 등 해외 여러 나라에 수출하기도 했다. 그 동안 국산이라고 믿었던 피해기업들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업체측은 수사과정에서 이상한 괴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중국산 부품과 자체 생산 부품의 성능이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강변한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불량이 많았지만, 점차 불량률이 낮아져 자체 생산품과 비슷한 1% 미만 수준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부분 범죄 기업들의 문제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체의 도덕적 해이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재판부는 “오로지 회사의 이윤과 오너 일가의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피해기업이나 국가의 손해, 국민의 안전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최악의 범죄”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에 이런 기업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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