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최근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 바란다’ 코너가 유치원 방과후전담사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제안한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안에 대해 교육부가 검토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간 다음 날부터 4일 동안 80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비공개로 작성됐지만 일부 공개된 글도 있었다. 공개 글은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치원 여름방학이 사실상 사라짐에 따라 이후 닥치게 될 방과후전담사들의 업무 과중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었다.

앞서 교육부는 신종코로나와 관련해 유치원 수업일수를 기존 180일에서 초·중·고교와 같이 10분의 1 감축해 162일로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초·중·고교와 달리 유치원은 유아교육법 시행령에 원격수업 관련 수업일수 인정 조항이 없어 수업일수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방학과 재량휴업 등 일체의 수업 결손 없이 내년 1월15일까지 운영해야 교육부 규정인 수업일수 162일을 확보할 수 있다. 만약 여름방학과 재량휴업 등을 실시하면 겨울방학이 사라질 수도 있고, 학교 보수 공사 등이 진행될 경우에는 그나마 수업일수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노 교육감은 감염병 유행 시 유아의 전염 우려, 외부 급식시 식중독 사고, 교사들의 피로도 가중 등을 우려해 교육부에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을 요청, 여름방학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 방과후전담사들은 법령 개정으로 수업일수가 추가 단축될 경우, 즉 여름방학이 생기게 될 때 닥치게 될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교육과정반 교사와 청소도우미, 안전도우미 등 다수의 인력이 있어 신종코로나 방역 관리가 가능하지만 방학에는 전담사 한 명이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해 역부족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모니 자원봉사자나 보조 인력이 방학 중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감안해도,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에서 방학 시 수많은 원아가 등원하는 만큼 일부분 공감은 간다.

그러나 일부 글은 현 사태의 책임을 교사들에게 돌리는 듯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교사들이 반대해 여름방학을 늘렸으며,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대부분 원아가 방학시 등원하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핑계로 방학을 만들려는 모순된 행동을 보인다고 주장하는 글이 대표적이다. ‘유치원 방학의 이중잣대, 교사는 집에서 41조, 아이들은 방학에도 등원 어찌하오리’ ‘과연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 수업일수 단축인가요’라는 제목의 비공개글들은 수업일수 단축 논의의 화살을 오롯이 교사에게 겨누는 듯한 모양새다.

지금 대한민국은 남녀·세대 등의 갈등과 혐오가 넘쳐나고 있다. 갈등이 다양하고 골이 깊지만 이를 조정하고 치유할 노력이나 방안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이에 국민들의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쌓이고 있다. 이런 현상이 교육계까지 번져서는 안 된다.

유치원은 교사와 방과후전담사, 하모니 자원봉사자 등이 어우러지는 공동체로, 서로를 존중하며 아이들을 교육해야 하는 곳이다. 대립과 갈등이 아닌 상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유아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닥칠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권한을 가진 교육부나 시교육청에 충원 및 업무 조정 등을 요구하는 것이 순리다. 서로 편을 갈라 싸우는 것은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다. 일부 방과후전담사들의 더불어 상생하는 현명한 모습을 기대한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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