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석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겸임교수

1929년 세계 대공황, 오늘날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천조국이라 일컫는 미국발 검은 목요일에 세계 경제는 마비되었다. 기업과 은행의 파산으로 국가경제의 몰락, 실직으로 가정경제의 파탄 또한 혹독한 현실로 이어졌다. 이에 루즈벨트 대통령은 시장경제 원리를 넘어선 국가가 개입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였다. 공공일자리를 제공하여 실업률을 낮추고 대규모 토목사업을 바탕으로한 뉴딜정책으로 경제는 회복의 기미가 보였다. 역설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대공황은 극복이 되었지만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 현대경제의 현실이며 교훈이었다. 대공황의 전조(前照)가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다시 한 번 가시화되고 있다. 더구나 경제 펀더멘탈이 취약한 한국경제는 최근 안보 리스크마저 더해져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면초가인 상태이다. 모든 사회, 경제적 체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필요로 하고 있다. 선무당은 장구 탓을 하고, 게으른 농부는 하늘만 바라본다고 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전세계가 코로나 경제에 발목이 묶여있는 이 위기를 새로운 경제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국난극복이 취미라고 할만큼 위기에 늘 강했고 항상 이겨냈다.

새로운 경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AI와 3D산업, 나노융합, 바이오산업,수소와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산업 등을 꼽는다. 그것들과 함께 SOC(사회간접자본)를 기반으로하는 뉴딜정책이 하루빨리 시급하다고 본다. 그 이유를 하나씩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고용정책이 시급하다. 코로나 사태이후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하고, 기업들은 물건이 안팔리니 자연스레 감원의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실업자의 증가로 실업급여액은 사상 최대로 지출되고 있다. 앞서 말한 신성장동력에 젊은 인재가 필요하다면 오늘날 우리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이들은 바로 중년의 건설노동자들이다. 숙련된 경험과 근면성으로 젊은이들에겐 훌륭한 스승이 될 것이다. 2019년 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건설업 종사자 수는 128만명이었다. 이들의 식구들을 포함하는 수요는 새로운 고용창출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편 SOC산업은 우리경제의 신경망(神經網)이자 동맥이다. 때마침 우리 울산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라는 경사가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울산형 뉴딜사업의 첫 사업으로 울산의 미래를 여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고 앞으로가 기대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힘을 발휘하려면 SOC 인프라는 필수적이다. 기존 도로망의 확장 및 신설, 전세계의 선박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정박하고 즐기다 갈 수 있는 항만시설 등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울산은 전체면적의 4분의 1이 그린벨트이기에 해제기준을 현실화해서 많은 국내외 기업이 들어설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민간자본도 동참할 수 있도록 시는 행정적으로 도와주어야 하고 파격적인 조세정책 등을 지원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GDP의 10%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울산의 뉴딜에 몇 가지 사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울산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이다. 삼산동 농수산물 시장은 접근성이 좋아 활용도가 높을 것이고 또한 울산을 표현하는 초고층 상징물 내에 전망대를 포함한 국제회의가 가능한 초대형 컨벤션센터를 만든다면 세계화를 향한 준비된 명소가 될 것이다. 석유화학단지의 야경, 영남알프스의 수려한 사계절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는 멀리 동해안에서 입항하는 대형선박의 등대 역할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태화강 국가정원과 연계한 운하건설이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는 운하가 있다. 태화강은 울산에 내린 신의 선물이다. 부다페스트의 유람선이 다니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나 상해의 동방명주와 비견되는 울산만의 랜드마크가 있다면 시민의 행복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다시 뛰는 울산경제의 시작은 바로 울산판 뉴딜정책이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한국형 신뉴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70, 80년대 한국경제발전의 재도약이 울산에서 재현된다면 울산경제와 대한민국경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형석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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