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남자들의 말 중에서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3가지가 있다. 3위는 축구 이야기, 2위는 군대 이야기, 1위는 군대에서 축구 경기를 한 이야기다. 그러나 여자들도 축구에 관심을 갖는 국가 단위의 대회가 있으니 바로 월드컵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남녀 불문 모든 국민들이 빨간 티를 입고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지 않았던가. 특히 ‘Be the Reds’ 빨간 티와 대표팀 유니폼이 많이 팔렸었다. 2002 월드컵 이전에는 일반 국민이나 팬들이 유니폼을 입는다는 자체가 매우 생소하던 시기였다.

2002 월드컵 최고의 감독은 한국을 4강으로 이끌어낸 명장 히딩크다. 그러나 히딩크는 1998월드컵에서 최강팀 네덜란드를 이끌고 한국을 5대 0으로 격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30대 중반 이상의 연령대 국민들은 1998년 6월 새벽에 네덜란드와의 경기의 충격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 경기장 관중석를 꽉 채운 오렌지색 물결 또한 우리 국민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1998월드컵을 통해 얻은 수확은 ‘관중석 유니폼의 힘’을 제대로 알게 됐다는 점이다. 이 때부터 유니폼은 선수들만 입는 경기복 개념에서 벗어나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소장품이자 응원 도구로 퍼지기 시작했다.

10년 전부터 울산교육청이 초·중·고 스포츠클럽 대회를 치러왔다. 운동부 특기생이 아닌 일반 학생들이 야구복, 축구복, 농구복, 배구복 등 각종 유니폼을 입고 참가하는데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은 모두가 기분 좋아하고, 학부모들도 뿌듯해하며 자녀와 함께 사진을 찍던 모습이 기억난다. 체육대회 반티 관련하여 모두가 신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잘하든 못하든 유니폼을 입으면 일단 멋지다.

필자는 울산교육청 주관 스포츠클럽 야구대회에 학생들을 훈련시켜 참가해본 적이 있고, 지금은 티볼대회 심판으로 5년째 활동 중이다.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서 뭉클함이 생기는데 그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학생들은 훈련을 통해 성장하고, 시합을 통해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되고, 경기가 끝나면 상대방과의 싸움이 아니라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단순히 경기를 끝낸 것이 아니라 배움과 성장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들도 유니폼을 입을 때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교직원 풋살대회이다. 수업 얘기, 학생 얘기, 업무 얘기만 하던 교사들이 일단 이 대회에 참가하면 경기장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하나가 되어 땀을 흘리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경기 마치고 식사를 같이 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기 마련이다. 특히 퇴근 후에 자신들의 시간을 쪼개서 관중석에 앉아 응원해준 교직원들이 있기에 더욱 힘을 내고, 이걸 원동력 삼아 많은 위기를 넘기는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고, 스포츠클럽 대회 또한 개최를 장담하기 힘들다. 그래도 학생들과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들을 볼 때마다, 땀 뻘뻘 흘리며 인솔하던 선생님들을 떠올릴 때마다, 주말에 귀한 시간을 내어 응원 오던 학부모님과 교직원을 생각할 때마다 배움과 성장이 함께 이뤄지는 그 순간이 생각나서 미소가 절로 나온다.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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