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영 울산시 오일가스허브담당사무관

오일허브는 대규모 석유저장·가공시설이자 물류거래와 금융거래까지 이루어지는 석유거래의 국제적 중심지를 말하며 세계 3대 오일허브는 미국 걸프연안, 유럽ARA(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앤트워프), 싱가포르를 칭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지역 신규 물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저장 시설 확보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위치, 세계적 규모의 정제공장, 천혜의 항만조건 등을 고려할 때 동북아지역 신규 오일허브 입지로는 가장 유리하였고, 세계 5위 석유화학산업과 세계 4위 액체물류항만을 보유한 울산이 그 중심에 섰다.

이런 배경으로 시작된 동북아 오일허브는 성공의 길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빨리빨리 문화’로 빠른 속도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느린 걸음을 내딛는 울산 오일허브사업은 자칫 위태로워 보일 때가 많았다. 2008년 국정과제로 선정된 후 2013년 북항 하부매립공사 착공, 2014년 북항 상부시설 합작법인이 설립되기에 이르지만 해외 주주사의 투자 철회, 저유가 장기화 등 여러 걸림돌에 휘청거렸다.

민선 7기 출범 후 LNG까지 확장하여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 2019년 1월 SK가스의 북항사업 투자결정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렇게 오일허브는 LNG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오일가스허브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하지만, 북항 투자협약 체결을 앞두고 LNG가 추가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했고, 북항과 연계 가동될 LNG 발전소 역시 환경영향평가, 토지보상 협의 등의 난항으로 차질이 예상됐다.

하지만 울산시와 한국석유공사, SK가스 등 관계기관과 투자사들이 합심하여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 3개월이라는 유례없는 단 시간에 예비타당성 재조사가 통과되고 LNG 발전소 역시 각종 인·허가 등의 난제가 속속 해결되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항의 성공적인 상업운영을 위해 민관이 손잡고 LNG 두 번째 탱크와 부곡·용연지구 토지보상, 북항~부곡·용연지구 간 배관망 구축 등 일련의 사업을 조기 착수함으로써 올해 808억원이 선투입되어 2020년에 1471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627명의 지역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7월1일, 첫 삽을 뜨기 전 북항의 차질없는 준공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에너지산업은 다른 분야보다 인내심이 요구된다.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는 이제 30년의 역사를 달성했고 미국과 유럽은 100년에 걸쳐 자연스레 형성된 것처럼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류기능이 안정화되고 조금씩 시장가격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트레이딩, 금융허브로 이어진다.

이제서야 물류허브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 울산 동북아 오일가스허브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 북항 잔여부지와 배후단지의 조속한 기반조성, 아직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남항사업까지. 또한, 세계 4대 오일허브로의 성공을 위해서는 실정에 맞지 않는 규제를 완화하고 범부처간 협력을 통해 한걸음씩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 어려움 없이 시작되는 일은 없다. 오늘의 이 결과가 오랜 시간 흔들리며 버텨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해양수산부, 울산항만공사, 울산시의 달콤한 첫 성과이나, 세계적 에너지 물류중심지 구축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는 비상한 각오를 다진다면 시민들이 오일가스허브의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은 머지않았으리라 생각해본다. 김경영 울산시 오일가스허브담당사무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