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 장기 침체에 코로나 악재까지
지역경제 두차례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
지역 정치권·경제 주체 힘 모아야 할때

▲ 김창식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산업수도’ ‘제조업 메카’라 불리는 울산산업과 경제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주력산업의 성장력 감퇴로 8년 연속 1%대 미만의 ‘제로성장’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울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는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울산경제와 관련해 발표된 지표는 ‘사상 최악’ ‘역대 최저’ ‘전국 최저’라는 좋지 않은 소식 뿐이다. 산업 생산, 수출, 소비, 고용 지표는 2분기들어 더 큰 폭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5월 울산의 광공업 생산은 전년동월대비 22.5% 급감했다. 울산 광공업 관련 통계 작성된 1995년 이후 월간 기준 최대폭의 감소율이다. 25년 이래 생산이 가장 부진했다는 의미다.

울산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도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5월 울산의 수출액은 지난해 동월 대비 47.9% 급감한 33억5400만달러에 그쳤다. 월간 단위로는 2005년 2월 이후 15년 만에 최저기록이다.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석유·석유화학 제품 등 주력제품의 생산과 수출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기간 전국의 광공업 생산(-9.6%)와 수출(-23.6%) 증감률을 비교하면 울산의 코로나발 충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수 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코로나발 후폭풍이 본격화된 2분기 울산경기는 전 분기 보다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IMF 외환위기(1997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조차 지난 50년 이룩한 성공 DNA로 슬기롭게 넘겼다고 자부해오던 울산. 작금의 경제현실은 이전 두차례의 경제위기 때보다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은 50년 고도성장의 정점을 지나 쇠퇴국면에 접어들었다. 스웨덴 ‘말뫼의 눈물’을 흘리게한 조선업은 이제 울산의 눈물’로 부메랑됐다. 자동차는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시대로, 정유·석유화학은 에너지 소비 패러다임 변화에 비상등이 켜졌다.

울산 공업도시 출범이후 역사상 가보지 못 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고 있지만, 위기에서 단기간에 탈출할 수있는 뾰족한 진단도, 처방책도 없다는게 울산이 처한 고민이자 현주소다. 어찌보면 울산경제는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할 수 있다.

민선 7기 울산시정부는 최근 미래를 향한 7개 성장 ‘다리’(브리지)에 경제자유구역 지정, 반구대암각화 보존 및 물 문제 해결을 추가해 ‘9브릿지’ 사업으로 재도약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수소 경제 메카 도시,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 원전해체산업, 백리대숲 품은 태화강 국가정원, 국립 산업재해 전문공공병원, 외곽순환도로와 도시철도망 사업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12차까지 발표한 ‘울산형 뉴딜사업’을 통해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미래 성장다리는 지역민이 생활속에서 체감하고, 미래도시 울산에 대한 확신을 주기에는 괴리감이 너무나 크다. 주력산업의 체질변화, 신산업 안착, 양질의 일자리 확보에 대한 신호음은 미약하기만 하다.

이런 지역 위기속에서도 지역 풀뿌리 의회는 감투싸움으로 민의를 외면하고 있다. 울산시의회와 5개 구·군 의회는 민선 7기 후반기 의장단 감투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재연했다. 울산은 산업도·경제도, 풀뿌리 정치도 무너져가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위기를 깊이있게 진단하고, 대응책을 내놓을 싱크탱크의 기관의 기능과 역활 부재가 더욱 더 뼈아픈 울산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의 일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데는 풀뿌리 정치가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음 세대에도 산업수도의 자부심을 물려줄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과 경제주체 모두가 힘을 모아야할 때다. 김창식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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