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주변에 고양이 모여

배변·소음 문제 등 야기

지자체 “장소 이전 등 요청”

“냄새도 나고 파리들도 엄청 많아요. 문제는 아이들의 건강입니다. 아이들이 노는 곳이 고양이 분변 밭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최근 울산 남구의 한 공원 놀이터와 이 주변을 배회하는 길고양이들을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이 일고 있다. 한 주민이 공원 내 놀이터 주변에서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면서 길고양이들이 놀이터 모래사장에 분변을 싸고 가기 때문이다.

1일 남구 달동의 한 소공원. 미끄럼틀이 설치된 백사장 주변으로 파리가 모래사장 위에 들끓었다. 공공근로요원 A씨는 “파리가 모인 곳을 파보면 어김없이 고양이 분변이 나온다”면서 “하루에 6곳의 소공원을 청소하는데 이 공원에만 매일 3~4번씩 다시 와서 고양이 변을 모래사장에서 긁어낸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주민들도 놀이터 모래사장에 지뢰처럼 숨겨진 고양이 분변 때문에 아이들이 놀이터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모씨는 “공원 앞에 국·공립 어린이집도 있어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많이 노는데 고양이 분변으로 오염된 흙을 만지면서 놀다가 병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냐”고 지적했다.

남구뿐만 아니라 북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길고양이 급식을 두고 주민들끼리 갈등이 일어나는 등 이같은 민원이 잦아지고 있다. 길고양이 급식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급식으로 고양이들이 모여들면서 분변과 소음 문제가 증가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길고양이 급식을 하는 일명 ‘캣맘’은 급식과 포획 후 중성화를 함께 진행해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단 입장이다.

길고양이 급식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지자체들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길고양이는 동물법에 해당하는 보호대상이고, 급식 행위 자체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달 사이에 소공원 길고양이 급식과 관련된 민원을 여러 건 접수한 남구 역시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 수를 줄여나가는 방법 외에 강제적인 서식지 이동은 불가능 하단 입장이다.

하지만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역시 수술후 폐사율을 줄이기 위해 6월부터 9월까진 중성화 수술을 제한하고 있어 당분간 시행이 어렵다.

남구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캣맘들의 협조를 구해 장소를 옮기고 중성화를 시행해 점차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해 민원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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