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지는 기업세수에 의존
첫 걸음 시작한 보편적 복지
기업 살리고 실효성도 거둬야

▲ 서재곤 대형타이어유류(주) 대표이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 국민의 99.5%가 가구당 40만원에서부터 100만원까지 가족의 숫자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수령했다. 당초 국민의 70%에게 재난지원금을 줄 것인지 아니면 전 국민에게 지급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결국 전 국민에게 평등하게 지급했다. 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3.4조원의 국채를 발행하는 것을 포함해서 총 12.2조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전 국민이 사용한 재난지원금으로 인해서 반짝 경기가 살아나는 듯 했으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야당에서는 국민기본소득까지 논하고 있다. 내용인즉 재난지원금 같은 유형의 돈을 상시 전 국민에게 평등하게 지급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다. 이유인즉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을 꺼려하는 정치권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92%의 응답자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찬성했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정책이 좋은 정책인가?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 봐야겠다. 왜 내가 재난지원금을 받아야하는가? 월급 잘 나오는 직장인들이 왜 재난지원금 수령 대상이 되어야하는가? 연금생활자는 왜 이 지원금을 받아야하는가? 그리고 그 빚을 누가 갚아야 하는지?

이런 질문에 해답을 얻기도 전에 그 지원금을 대부분 먹는데 사용했다. 비단 재난지원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눈 먼 지원금들이 많다. 그래서 지원금의 종류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그 지원금을 받아주고 이것을 나누어 먹는 직업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의 지원금들이 선별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던 반면 이 번 재난지원금은 보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보편적 복지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투표로 결정하는 대의정치의 시스템으로는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가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고 당면한 문제를 피할 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은 일이라고 치부되고 있다.

경영상 어려움이 다가오면서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가계 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유럽은 기업을 살리는 쪽으로 돈을 풀었다.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해고도 자유롭지 못하면서 임시방편으로 가계 소득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돈을 풀었다. 그것도 무차별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말이다.

GDP 대비 부채비율 88%인 아르헨티나는 벌써 역사상 아홉 번째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였다. 이웃 일본은 국가부채가 1경2500조원으로 GDP 대비 250%가 넘는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은 40%로 밖에 안 되니 괜찮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일본은 부채에 비례해 해외자산이 많아서 자본소득이 연 500억달러나 되는 나라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채권을 내국인이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부채는 외채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래도 기대볼만한 곳은 기업밖에 없다. 유럽 국가들이 복지국가로 갈 수 있었던 것도 기업들의 세수에 의존한 바가 크다. 이제 혁신적인 방법으로 기업을 바라봐야 한다. 기왕 보편적 복지로 갈 것이라면 기업하는 환경을 확실하게 열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법인세율, 노동유연성 제고 등 기업들이 바라는 현안들을 이 기회에 몽땅 들어줘야 한다.

우리 모두 매우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각 경제 주체들 마다 여러가지 처방전을 내놓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성장과 분배가 반대 개념이라는 낡은 경제관념이나 공정한 분배가 경제의 본질적인 목적이라는 문학박사의 경제칼럼과 같은 근본이 잘못된 환상으로 경제현상을 바라보고 처방을 내리다가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자원의 최적배분이 경제의 목적이다. 그것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 정승은 길을 가다가 가난한 거지를 보고 동정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기업을 살리는 것이 보편적 복지를 완성하는 길이 아닐까. 서재곤 대형타이어유류(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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