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은 제품 인허가 기관 아니야
지재권 표시가 맛집인식 돼선 안돼
올바른 사용으로 오해 소지 없애길

▲ 김지환 울산김지환특허볍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떠올려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변두리 마을에는 집집마다 대문 기둥에 어김없이 문패가 달려 있었다.

요즘도 간혹 보이지만 예전에는 처음으로 자기집이 생겼을 때 문패부터 달곤 했었다. 부부의 이름을 함께 단 집도 있었지만 거의 남성 가장의 전유물이었다. 일종의 영역표시라고나 할까. 자기 집이 없는 세입자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저작권 등을 지식재산권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지식재산권에도 문패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지식재산권 표시이다.

연합뉴스 5월12일자 기사에 의하면, 최근 특허청은 홈쇼핑 온라인 몰을 대상으로 특허 등 지식재산권 허위표시를 조사한 결과 54개 상품, 1068건을 적발했다고 한다.

주요 위반 내용은 등록이 거절된 출원번호를 표시한 경우(615건), 소멸한 지재권 번호를 표시한 사례(380건), 상표나 디자인을 특허로 표시하는 등 권리 명칭을 잘못 표시한 경우(70건) 등이라고 하였다.

특허청은 올바르게 표시하도록 고지하고 게시물 삭제, 판매 중지 등의 시정조치를 내리고 불이행 시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하였다. 위반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허출원만 했다 하면 ‘특허냈다’고 으스대는 자에게는 일침이 되는 형량이다.

특허법은 특허표시 규정을 두어 특허받은 물건, 물건의 용기 또는 포장에 특허표시를 할 수 있으며, 출원 중인 경우에는 출원표시를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허위표시금지 규정을 두어 특허된 것이 아닌 물건, 출원 중이 아닌 물건에 특허표시 또는 출원표시를 하거나 이와 혼동하기 쉬운 표시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실용신안권 등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나아가 상표법에서는 등록상표를 일정 기간 이상 상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등의 상표 사용을 하지 않으면 취소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허위표시하는 경우 부정사용으로 인한 취소나 허위표시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울산에서도 더러 발견되는데, 식당이나 인터넷 광고 등에서 이미 거절되었는데도 출원번호의 표시, 출원 중이거나 거절된 후인데도 ‘특허받은’이라는 표시, 디자인등록을 ‘디자인특허’, 심지어 상표등록을 ‘상표특허’로 적은 출처불명의 표시까지 다양한 허위표시가 인상을 찡그리게 한다.

그리고 간판에 특허청 마크를 자신의 상표처럼 표시하는 경우나 마치 특허받은 제품으로 오인되도록 표시하는 경우에도 부당한 지식재산권 표시가 된다.

또한 제품 인증기관이 아닌 특허청에서 인증 내지 허가를 내 준 것처럼 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허청 심사관은 특허나 상표의 등록요건을 심사하여 등록여부결정을 내리는 사람이지 결코 음식 맛을 평가하여 맛집 인증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아니며 그런 능력도 없다.

즉 지식재산권 표시가 맛집인증표시가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특허받은 물건, 방법이나 상표등록받은 상품, 서비스가 아닌 다른 물건, 방법, 상품, 서비스에 등록번호를 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허위표시이다.

지식재산권을 취득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가 있으나 등록 후 사용, 표시 등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언론 등에서 언급이 적었던 것 같다. 올바른 표시로 지식재산권의 내용이나 상태에 대해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산업발전과 거래질서유지라는 법목적이 실현되어야 한다. 개인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그에 앞서 형사벌의 대상이니 자신의 몸부터 사려야 할 것이다.

지식재산권 즉 무체재산권의 표시는 그야말로 집으로 대표되는 유체재산권의 문패와 같아서 잘못 표시하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혼동을 주고 나아가 분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중요한 행위이다. 특허청의 허위표시 조사와 같은 조치는 지식재산권 출원 후나 권리화 후의 공정한 거래질서 유지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꾸준한 계도, 단속 등이 필요할 것이다.

지식재산권 시대를 맞이하여 이제는 정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재산으로 인식하고 지식재산권 바로쓰기가 모든 이들의 상식이 되기를 바라본다. 적어도 잘못 걸린 문패를 보고 남의 집에 들어가는 드라마 같은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김지환 울산김지환특허볍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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