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최고 수소인프라 있음에도 탈락
반박 없던 市·지역 기관 반응도 의아
울산에 대한 정부 인식 그대로 드러나

▲ 신형욱 사회부장

본사에 문재인 대통령과 송철호 울산시장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지역 한 공장을 둘러보는 사진이 걸려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월17일 울산을 방문하고, 산업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뒤 국내 최대 수소제조공장인 남구 고사동 덕양을 현장방문한 사진이다. 사진 속 문 대통령과 송 시장은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친다. 그런데 최근 이 사진을 보는게 불편해졌다. 이 때까지만 해도 ‘수소산업 선도도시’ ‘수소산업의 메카’ 울산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앞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소경제 시대는 바로 울산의 기회다. 수소경제를 위한 기반과 함께 1000여개의 에너지기업과 연관기업, 실력있는 학계·연구계가 조성된 울산은 수소경제 선도도시가 될 여건을 갖췄다”고 한껏 힘을 실어줬다. 더 나아가 “울산이 성공하면 대한민국도 성공한다. 산업수도 울산, 성공 DNA를 보유한 울산이 경제성장판을 열어주시기 바란다”고 덕담했다.

그러나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울산은 전국의 다른 지자체와 경쟁하는 수소산업 육성 도시일 뿐이다.

정부는 수소산업 선도도시 울산의 필요충분조건이었던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으로 서울의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을 선정했다. 산업부는 “전담기관 선정은 지역균형발전의 개념으로 보면 안된다. 공공기관이 산업진흥을 전담하면 정책에 탄력이 없다”고 밝혔다. 울산시가 본사를 울산에 두고 있는 한국에너지공단에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 설립을 강력히 염원한데 대한 설명이다. 산업부의 이같은 설명이 수긍이 어렵다. 울산은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최고, 최초의 수소기반과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수소도시를 선언했다. 우리나라 수소생산량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수소차 양산시설도 갖춘 도시다. 수소시범도시, 수소규제자유특구, 수소융복합모빌리티클러스터구축 등 사업도 울산에서 진행되고 있다.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을 울산에 뒀어는 안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은 민간협의체 수준으로 기능에 의문을 제기한다. 원자력발전 논란 속 한국수력원자력을 봤어 알듯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정부 정책을 충실히 반영하고 이행한다는 점에서 정책 탄력 운운하는 산업부의 설명은 궁색하다.

울산시와 지역 기관·단체 등의 반응도 의아하다. 산업부 발표 이후 그 흔한 반박성명 하나 없었던 듯하다. 지난해 5월 지역 정치권, 산업계, 노동·문화계, 학계, 시민단체 등 57개 기관·단체가 힘을 모아 수소산업진흥원 울산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를 발대하고 10만명 서명운동까지 벌였던 의기는 온데간데 없다.

다만 송 시장이 취임2주년 기자간담회 때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이 울산에 오지 않고 서울로 간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기관도 아닌 조그만 단체에 불과한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에 준 것은 균형발전 철학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박했을 뿐이다. 미래 먹거리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수소산업에 대한 울산의 간절함이 이 정도 밖에 안되나 허탈하다. 울산은 특정공업지구로 정부 지원 아래 대한민국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산실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란 기대는 접어야 한다. 표를 생각하는 위정자들은 5년 가까이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 117만명 인구의 울산에 공을 들일 이유를 갈수록 찾지 못할 것이다.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 유치 탈락은 정부의 울산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울산시의 전략 부재와 소극적 대응도 더욱 아쉽다. 약육강식의 글로벌 경제 속 역대급 위기란 울산의 현실이 새삼 뼈아프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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