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법무부-대검 ‘사전조율’ 즉각 거부 배경 의혹 증폭

추 장관이 쓴 ‘입장문’ 유출
장관-대변인실 소통 오류
보좌진이 지인에 전달 추측
“최강욱 대표에게는 안 보내”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어떻게 이행할지 긴밀하게 조율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건의를 즉각 거부한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대검찰청은 9일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다”며 “어제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와 물밑 조율을 계속해왔으며 전날 윤 총장의 건의 내용은 법무부가 먼저 제시했다는 것이다. 대검 말대로라면 법무부 참모진의 제안에서 시작된 절충안을 추 장관이 거부한 셈이다.

반면 법무부는 “대검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독립적 수사본부를 언급하거나 이를 공개적으로 건의해달라고 대검 측에 요청한 적도 없다고 했다.

최종안을 누가 먼저 꺼냈는지를 떠나 양측이 절충안 조율로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는 관측은 최근 며칠간 꾸준히 나왔다.

검찰 주변에서는 현재 수사팀을 그대로 두고 독립성을 부여하되 지휘 공백을 메꿀 검사장급 간부 2~3명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법무부와 대검 참모들은 최종적으로 현직 지검장 대신 윤 총장의 선배인 김영대(57·사법연수원 22기) 서울고검장이 지휘를 맡는 편이 공정성 시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 장관이 건의를 즉각 거부하면서 양측간 조율 내용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거나 법무부·검찰 바깥의 영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승인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목적으로 며칠간 조율한 건의안이 1시간40분 만에 거부당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공식적으로 추 장관이 김 고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방안을 보고받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조직 특성에 비춰 물밑 조율 자체가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고 진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검찰 간부는 “법무부 간부들이 장관 허락 없이 절충안을 조율하고 발표까지 하도록 했다면 감찰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와 대검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검찰국 특성상 장관의 지휘 이행에 대해 협의하는 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작성된 입장문 가안이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이른바 ‘조국 백서’ 저자 등 외부 인사들에게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추 장관의 결정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은 이 입장문을 보면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배제한 수사팀 구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 친정부 인사이자 윤 총장 견제세력으로 꼽힌다.

이 입장문은 전날 오후 7시20분께 추 장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내부 논의 과정에서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라는 메시지로 수위가 낮춰진 채 30분 뒤 언론에 공개됐다.

다만 추 장관은 두 가지 메시지가 모두 언론에 배포된 것으로 알았고, 둘 다 보좌진을 통해 지인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추 장관은 조두현(51·사법연수원 33기) 검사와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인 이규진 전 의왕도시공사 경영지원실장을 정책보좌관으로 두고 있다.

법무부는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 소통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일부 실무진이 주변에 전파했지만 해당 의원에게 보낸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SNS에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적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수사지휘권 파동을 몰고 온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 등으로 검찰에 고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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