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3개월여 미룬 끝에 국가직 9급 공채시험
책상 간 거리 띄우고 시험관리관 대거 투입해 방역 ‘안간힘’

▲ 2020년 국가직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11일 대구 중구 남산동 경북공업고등학교에서 시험관리인들이 응시생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차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국가직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11일 전국 17개 시·도 426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18만5천203명이 지원한 이번 시험에는 총 13만593명이 응시해 70.5%의 응시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응시율 79.0%보다 8.5%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시험이 치러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응시생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공포 속에서도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 발휘에 나섰고, 공무원들은 감염 차단을 위한 방역과 수험생 관리에 총력전을 펼쳤다.

수험생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사장을 찾았지만 일부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비닐장갑과 비말 차단을 위한 개인 얼굴 가림막까지 준비하기도 했다.

이번 시험은 지난 3월 28일 당초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3개월 이상 미뤄졌다.

이날 오전 8시 30분께 대구 중구 남산동 경북공업고등학교에는 입실 마감 1시간여 전 전부터 공시생들이 하나둘 고사장을 찾았다. 

시험관리관들은 교문에서부터 수험생을 제외한 외부인의 접촉과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건물 입구에서는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로 된 얼굴 보호구를 착용한 시험관리관들이 수험생들을 상대로 분주하게 방역 조치를 펼쳤다. 

이들은 수험생들의 체온을 일일이 측정하고 시험장에 입실하기 전 손 세정제를 사용해 손을 씻도록 안내했다.

교실에 도착한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리에 앉아 막판 공부에 열을 올렸다.

학교 앞에서 만난 수험생 박모(28) 씨는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졌지만,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이어서 행여 시험이 또 미뤄지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라도 시험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 이모(24·여) 씨는 “마스크만 착용하면 문제없다고 하는데 혹시나 시험장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친구들이 비닐장갑과 개인용 얼굴 가림막까지 준비해줬다”고 했다.

이날 대구에서는 35개 학교 848개 교실에서 1만6천여명의 공시생이 극심한 취업난을 뚫기 위해 비지땀을 쏟았다.

1만7천300여명이 29개 학교 731개 교실에서 시험을 치렀던 지난해 4월과 비교할 때 응시자는 4.1% 줄었으나 학교 수와 교실 수는 오히려 각각 16.0% 늘었다.

작년까지 교실 한 곳당 최대 30명의 수험생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던 것을 올해는 감염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최대 수용 인원을 20명으로 줄인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험관리관도 대폭 늘었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2천147명이 투입됐으나 이날은 이보다 21.3% 증가한 2천605명이 투입됐다. 
경북에서는 구미지역 11개 시험장 268개 시험실에서 5천여명의 공시생이 응시했다.

응시자 수는 지난해 4천796명보다 4.4% 느는 데 그쳤지만, 시험관리관 수는 43%(248명) 늘어난 822명이 투입됐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향중학교에서도 응시생과 시험 관리관들의 긴장감은 비슷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험 관계자와 경찰관이 외부 차량의 교내 진입을 막아서면서 정문 앞 도로에는 수험생을 태운 자동차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교실에서는 책상과 책상 사이 양옆, 좌우로 1m씩 간격을 두고 시험을 치렀다. 교실마다 손 세정제가 하나씩 비치됐고 복도에는 코로나19 대응 행동수칙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수험생 민모(25) 씨는 “시험 보는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걱정은 안 한다”며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시험 일정이 변경돼 심적으로 불안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둔산중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활동이 이어졌다.

시험 관계자들은 정문에 ‘마스크 착용’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내걸어 응시생들의 경각심을 높였다.

고사장 입구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착용한 시험관리관들이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했고 손 소독제를 바르도록 했다.

시험장을 오가는 모든 사람은 이 과정을 마쳐야만 두 줄로 나뉘어 차례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응시생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해 코로나19 감염 차단에 힘썼다.

다만 규정상 응시생 외에는 들어갈 수 없는 시험장 입구까지 가족 등 외부인이 출입해도 제지하는 인력이 없어 허점이 드러났다.

또 정문에서는 공무원 학원 관계자들이 전단과 필기 용품을 나눠주며 응시생과 신체적으로 접촉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응시생은 “발열 검사 등 입장 절차가 까다로울 것을 대비해 집에서 서둘러 나왔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봐야 해 답답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4천985명을 선발하는 이번 시험은 평균 경쟁률 37.2대 1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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