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 양날의 검
민감한 사안도 법 지키며 수사 진행
인권 보호에도 더욱 철저함 기해야

▲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구체적 사건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이다. 채널A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이 관련된 소위 ‘검언유착 의혹사건’의 수사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윤총장이 전면적으로 수용했다. 현재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계속하고 총장은 최종 보고만 받는다고 한다. 장관과 총장의 충돌 양상이 일단락되는 듯하나, 총장 거취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도 있어 그 동안 불거진 갈등의 종착점이 어디일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2005년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수사에서 검찰의 구속 의견과 다른 법무부장관의 불구속 지휘를 수용하고 검찰총장이 사퇴한 일이 있다. 당시 총장은 수사팀의 의견이 관철되도록 외풍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독립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번 검찰과 법무부의 의견 대립은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의 의견이 오히려 법무부와 유사한 부분이 있어 당시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기는 하다.

우리와 비슷한 검찰 제도를 가진 일본에서도 법무대신(법무부장관)의 검사총장(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발동이 한차례 있었다. 1954년 ‘조선의옥(造船疑獄)사건’을 수사한 도쿄지검 특수부가 뇌물을 받은 여당 거물 정치인을 구속하려고 했지만 법무대신이 불구속하도록 지휘했고 검찰이 수용했다. 정치적 파장이 일자 법무대신이 퇴진했고 검사총장은 사퇴하지 않았지만 일본검찰은 ‘검찰 치욕의 날’로 기억한다고 한다. 검사로서 그 사건 수사에 관여했고 후일 검사총장을 지낸 이토 시게키(伊藤榮樹)는 추상열일(秋霜烈日)이라는 회고록에서 ‘당시 검사총장이 법무대신의 지휘를 거부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했다’고 썼다.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칼자루와 양날의 칼날이 함께 붙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 총장이 검찰 의견과 다른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면 검찰의 독립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되고, 지휘를 거부하면 검찰 독립은 지킨 셈이지만 장관의 명령을 불복한 항명이 된다. 그처럼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 발동은 치명적이다. 결국 정치문제로 비화될 수 있고 비판과 평가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검찰청법에 규정된 구체적 사건에서의 장관의 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검찰의 독선을 방지함과 동시에 개개의 검사가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이해나 영향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지만 한편으로 검찰의 부당한 권한 행사를 견제하는 장치인 것이다. 검찰 권한의 강대함에 비추어 검찰권의 균형성과 적정성을 담보하려는 것이다.

지휘감독권 규정은 국무위원인 법무부장관과 검찰권의 접점에서 고도의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지휘권이 발동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침해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장관의 불구속 지휘나 수사의 방법 등에 대한 지휘는 전국적으로 검사동일체 원칙에 의해 움직이는 검찰에 대한 견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총장은 전 검사의 최고대표자로서 검사의 양심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처신에 고민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이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이뤄졌다. 총장 최측근 검사장이 관련 있다면 민감한 사안이다. 엄정한 수사로 의혹이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공명심으로 언론을 장식했지만 기소후 무죄된 사건들로 인한 불신, 수사 상황의 노출로 언론을 수사에 활용한다는 의심, 과도한 검찰권 행사라는 비판 등을 조금이나마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수사결과 뿐만 아니라 수사절차에서도 법과 원칙의 준수 그리고 인권 보장에 더욱 철저를 기할 수 밖에 없다. 공명심의 개입이 없는 절제와 품격을 갖춘 수사여야 한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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