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는 ‘적당히 해도 되겠지’하는 ‘안전불감증’ 치료 없이는 근원적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현대중공업은 최근 이충호 전 한국산업안전공단 서울본부장을 안전 자문위원(전무급)으로 선임하는 ‘깜짝 인사’를 발표했다. 1988년부터 30여년간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몸 담은 그는 국내 안전보건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꼽힌다. 이 자문위원은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대중 안전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안전표준 개선과 안전교육의 실효성 강화 등 안전경영 인프라 구축 전반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올 들어 사내에서 중대재해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며 산업현장 안전에 ‘빨간 불’이 켜진 현대중이 이 자문위원에 ‘SOS’를 친 것이다.

현대중에서는 지난 2월22일 작업용 발판 구조물 제작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3월 중순에는 40대 노동자가 유압 작동문에 사고를 당해, 같은달 21일에는 50대 노동자가 대형 문에 끼여 각각 숨졌다. 또 두 달 뒤인 5월21일에도 하청업체 노동자가 LNG 운반선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쓰러져 사망하는 등 올 들어 벌써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중은 2016년 한 해 11명이 사망하며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얻은 뒤,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끝에 2017~2019년까지 매년 1건으로 줄어들었지만, 올 들어 다시 증가하며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5월 사고는 회사측이 안전대토론회와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고용노동부가 열흘간 특별근로감독을 한 뒤 다음날 발생한 것이어서 회사측으로서는 더욱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현대중은 급기야 5월말 문책성 인사로 조선사업대표를 교체한 것을 필두로 지난달 초에는 △향후 3년간 안전 분야 1600억원 추가 투자 △안전조직 개편 △전 작업자에 ‘안전작업 요구권’ 부여 △안전혁신 자문위원단 확대 운영 등의 고강도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직접 회사를 찾은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도 “안전관리 종합대책이 마련된 만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수립해 즉시 시행해야 한다. 향후 수시로 그 성과를 평가해 필요하다면 일벌백계할 것”이라며 안전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도 중대재해 등 각종 안전사고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현대중 노조가 5월말 발표한 현대중 산재 사망자 전수조사 결과, 1974년 조선소 준공이후 46년 동안 4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이 회사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0.85명꼴로, 실제로는 이 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게 노동계 등의 추론이다. 이에 노동계 등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후진국형의 중대재해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시스템 개선 및 기업 자체적인 안전관리 대책도, 처벌을 강화하는 법 제정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산업현장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고 내재돼 있는 ‘적당히 해도 되겠지’하는 ‘안전불감증’ 치료 없이는 근원적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