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 부족에 코로나 업무 가중
감염병 유행 등 유연한 대처위해선
공공의료·인력 확충 등 정책 필수

▲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10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던 서부경남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이었던 진주의료원이 2013년 수익성을 빌미로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치인에 의해 폐업되었다. 작금의 상황에서 공공의료원 설립과 확충에 대한 도민들의 바람은 더 절실하게 되었다. 지난주 서부경남지역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협의회는 토론회 및 투표를 통해 공공병원 설립을 통한 공공의료 확충을 결정했다.

코로나로 인해 의료분야에 대한 세계적 위상이 올라갔다고 하지만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공의료기관과 병상 수는 상당히 부족하고 일선의 방역 의료인력의 수도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주 청와대 앞에서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의 간호사 5명이 손팻말을 들고 1인 릴레이 시위를 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드러난 공공의료 확충과 간호인력 부족의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와 국회는 그들의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더우니 방역복 안에 아이스조끼를 입고 근무하라거나 코로나로 수고한 의료진을 위해 3차 추경에서 120억의 예산 지원을 결정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근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된다.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2018년 OECD 국가 평균이 52.4%, 우리는 5.7%이다. 전체병상 중 공공의료기관 보유 병상 비율은 2017년 OECD 평균 70.8%, 우리는 10.2%에 불과하다. 또 2019년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연평균 증가율의 경우 OECD 4.6%, 우리는 5.8%로 평균보다 높다. 연평균 간호사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보건복지통계자료에 의하면 2018년 면허 소지자는 39만4627명이지만 활동하는 간호사 수는 19만7909명으로 반밖에 안 된다. 간호사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일하는 수가 반이면 단단히 문제 있음이 자명하다. 모두 어디로 갔을까? 왜 그럴까?

간호인력 부족의 문제와 공공의료 확충의 문제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임상 간호사로서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총체적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와중에 어제 공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9년도 환자경험 평가결과를 보면 의료서비스 중 간호사 서비스 영역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86.1점으로 평가 영역 6개 중 1위였다. 그러나 현실에서 간호사들은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간호사서비스 만족도 1위는 역설적으로 그늘의 노고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진정한 의료질 향상은 간호사인력 부족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개선, 보완해 갈 때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다. 통계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간호사 수 부족 현상은 명백한 사실이다. 인력 부족의 문제는 1인당 부담해야 하는 업무량 과다, 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소진을 과중시킨다. 이직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의 또 다른 이름은 불평등이라고 말들을 한다. 최근 대구지역 확진자 3671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분석한 결과 소득이 높아 보험료를 많이 내는 사람일수록 감염될 확률이 낮았다는 보고가 있었다. 불평등의 문제는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고, 이는 잔인한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감염병이 온 나라와 전세계를 셧다운 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인력 부족의 문제를 장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컵 속에 물이 반밖에 없으니 적극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또 다른 물을 구하려 노력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반이나 남았다고 느긋하게 위험회피식의 대처를 하기엔 상황이 우릴 기다려 주지 않는다. 당장 더 필요한 것은 인력 확충이다.

단기적으로 계약직을 추가 고용해서라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덕분에 챌린지’보다 더 시급한 것은 방역 일선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의 소진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직율을 줄일 수 있는 병상 수 당 간호사 인력 확대와 지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안, 신규 간호사의 교육기간 확대에 대한 지원 등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개 병원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많은 미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의 공통점은 국가 최고 지도자들이 극우 인기영합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질병은 정치가 결정함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정책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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