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북구 진장·명촌 일대의 도시미관이 엉망이 되고 있다. 민간개발지구인 진장·명촌지구는 준공이 되지 않은 채 조합이 파산하는 바람에 관리감독을 책임질 기관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조합이야 파산을 하고 없으니 당연히 관리를 못하겠지만 북구가 준공이 안 돼 관리 책임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관할지역내 대단위 주거지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역주민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관리하는 것은 구청의 당연한 임무다.

특히 진장·명촌일대는 차량정비업체 등이 몰려있어 범퍼나 전조등, 보닛 등이 부서져 널브러져 있고 폐차가 불가피해 보이는 상태의 차량도 곳곳에 방치돼 있다. 일부 차량은 방치된지 오래돼 심하게 파손돼 있고 차량 주변 도로에는 시커먼 액체가 흘러나와 토양이 오염돼 있기도 하다. 차량 뿐 아니라 마대자루에 담긴 폐기물과 폐타이어, 부서진 목재가구 등도 잔뜩 버려져 있다. 인근에 성업 중인 대규모 상업시설과 대단지 아파트도 있는 도심 속의 풍경이라고 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 일대가 이렇게 방치된 가장 큰 이유는 개발을 주도하던 조합이 준공 전에 파산한 때문이다. 관리 책임을 질 주체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구청이 덩달아 관리권이 없다며 환경오염이 가중되고 있는 지역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적 권한이 없다는 것이지 지역주민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외면해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닐 터인데 말이다.

북구는 도시미관을 위해 지난해부터 ‘울산광역시 북구 꽃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까지 만들어 ‘꽃도시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구청에는 ‘2020 꽃도시 조성 TF팀’도 구성돼 있고, 마을 단위의 사회단체들과 ‘꽃 피는 우리 동네 만들기’ 협약을 맺고 꽃길과 꽃밭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시 한 켠에서는 예산을 들여 꽃을 심어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겠다면서 다른 한 켠에서는 폐차와 폐가구 등이 마구 쌓여가는 것을 나몰라라하는 셈이다. 구정의 원칙과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 폐차량과 자재 등이 버려지기 시작하면 단순히 환경만 오염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엄연히 알고 있지 않은가.

진장·명촌지구는 수많은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당연히 북구청이 관리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꽃을 심는다고 좋은 환경이나 아름다운 공간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깨끗한 도시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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