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서 5만원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역대 최대 규모를 넘어서고 있으나 은행권에서조차 5만원권 구하기가 별 따기다. 5만원권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단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5만원권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되고 있다.

그러나 5만원권의 환수율이 이처럼 저조해지면 각종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 우선은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그럼으로 인해 소비와 생산이 막힐 수 있다. 또 5만원권이 지하경제에 악용될 수도 있다. 정부는 5만원권이 제대로 유통되도록 각종 대책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 환수액(시중은행에서 한국은행으로 되돌려 보낸 금액)은 올 2월 1조8837억원에서 5월 2591억원으로 급감했다. 5만원권 발행액이 2월 6912억원에서 3월 1조7727억원, 4월 3조1098억원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5만원권의 발행량은 늘었지만 환수되는 금액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은 60.1%였지만, 올 4월에는 11.86%였다.

울산의 한 시중은행의 경우 평소 유보금 중 1억원 가량은 5만원권으로 확보하고 있었지만, 최근 5만원권 보유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현재 3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 속에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자산가 등을 중심으로 현금을 비축하려는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5만원권 품귀 현상의 주원인은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모바일·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어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또 매일 수입을 정산해 입금하는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준 것도 원인이다. 여기다 저금리에다 현금보유 심리가 확산하면서 현금 인출 수요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기침체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자산가 등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금을 모아두고 있는 것도 문제다.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소비 위축 등으로 쇼핑이나 외출, 여행 등이 줄어든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정도(79.4%)는 ‘예비용 현금’으로 5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만원권의 환수율이 대폭 낮아졌다는 것은 시중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기보다는 어딘가에 묶여있다는 뜻이다. 돈이 돌아야 소비가 진작되고 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 정부는 금고 속, 옷장 안, 침대나 장판 밑에 숨어들고 있는 5만원권을 불러낼 정책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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