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식 울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

학교폭력은 피해자에 대한 정서적 결핍상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易地思之’(역지사지)란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인데, 학교폭력은 피해자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정서적 반응이 무딘(결핍된) 경우에 발생되어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부모의 과도한 정서적 밀착은 자녀로 하여금 이기심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런 부모는 자녀에 대한 타인의 반응에 과민하게 반응하기에, 더욱, 자녀의 정서 상태는 타인을 향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학교폭력 상황에서 자신이 아닌 타인의 고통에는 아무런 정서를 경험하지 못하고, 자신보다 못하다고 판단되면 타인에 대한 그 어떤 행위도 용인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이런 이기적 자기애는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피해를 끼친다. 너무도 쉽게, 이런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상황이, 학부모가 도리어 자녀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도덕적인 원칙을 쉽게 깨뜨릴 때라 말한다. 가정과 학교가 일관된 교육적 태도를 가지고 양육·지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치성이 떨어지고, 상반된 입장으로 대치한다면 결국, 그 어떤 가르침(교육)도 소용없을 것이다.

사람은, 타고난 이기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불편한 것은 배척하고, 편하고, 자신에게 유익한 것에는 끌리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원초아적 무의식이라고 한다. 자아가 성숙하면서, 원초아의 충동적이고, 이기적인 상태에 대한 조절력이 발달하는데, 자아 상태가 불안전하면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이 조절되지 않고 사회와 타인에게 그대로 부 적응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몇 해 전 개봉해 사회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반영한 영화 ‘베테랑’에서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과 그 반대편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한낮 쓸모없는 물건처럼 여기는 사람에 대한 차이를 선명하게 표현하였다.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으로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학교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가정의 문제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사회의 영향에서 부터 비롯된다고 여겨진다.

부모가 자녀 양육에서 쉽게 놓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易地思之’(역지사지)와 ‘利他的’(이타적) 정서인 것이다.

우리 울산시는 그 동안 학교폭력의 예방과 문제 해결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9년에 실시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울산시는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마다의 피해응답률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특히 학교 급별로는 초등학교 피해응답률이 중·고등학교 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실시한 학교폭력 개념 및 예방 관련 교육으로 인해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상승한 결과로 분석된다.

앞으로도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질적이고, 획기적인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태조사의 결과(저연령화 추세)를 바탕으로 문제의 근본적 대상을 가정으로부터 시작해 범사회적 문제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고,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가정과 사회의 일치성이 강조될 때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신체도 회복의 자생력을 가진 것처럼 학교폭력 문제해결의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사회의 처음 시작인 가정에서 부터 다시 변화가 필요하며, 그 시작점이라고 여겨진다. 이광식 울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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