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산단 중견기업 에이치엘비

수소 유람선 등 개발 나섰지만

세진重 공유수면매립 추진에

실증 위한 공간 사라질 위기

수소규제특구에도 불똥 우려

‘울산 수소 그린모빌리티 규제특구’에서 수소선박을 제조하는 중견기업 에이치엘비(HLB)가 울산을 떠날 위기에 처했다. 공유수면매립으로 수소선박 등을 실증할 바다 공간이 사실상 상실되기 때문이다. 에이치엘비는 적법한 매립이지만, 수소모빌리티의 한축을 맡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울산시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구명정과 고속단정 등 소형선박을 주로 생산하는 에이치엘비(온산국가산업단지 내)는 지난해 11월 울산이 수소규제 자유특구로 지정되자, 곧 바로 수소연료전지 선박 개발에 뛰어들었다. 자동차와 달리 선박의 경우 그동안 수소이용 관련법규가 없어 개발자체가 불가능했지만, 특구지정으로 실증사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에이치엘비가 제조하는 수소 선박은 한 번 충전으로 6시간 운행이 가능한 길이 12m, 너비 3m, 높이 1.6m 어선용이다. 올해까지 건조해 내년 남구 장생포 부두에서 태화강국가정원까지 실증 운행한다. 이 업체는 태화강국가정원과 장생포 앞바다를 오가는 수소유람선도 선보인다. 40명을 태울수 있는 25t급으로 운항속도는 약 40㎞/h이며, 항속거리는 100㎞이상이다.

울산시는 에이치엘비와 함께 2021년 태화강에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수소 선박을 실증하고, 이듬해에는 수소 유람선도 도입해 관광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송철호 시장은 지난달 15일 에이치엘비를 찾아, 수소 선박 제조 과정과 실증 구역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울산시와 에이치엘비의 이같은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세진중공업이 최근 생산 및 접안시설 확보를 위해 공유수면매립을 추진하면서 실증사업을 할 공간이 없어져서다. 세진중공업이 추진 중인 공유수면매립 사업은 총 2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단계는 5만7000㎡, 2단계는 2만9000㎡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세진중공업은 오는 10월 착공 전 단계인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13일 “서울에서 주주총회를 하면 주주들로부터 제발 서울로 본사를 이전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전해 오라는 지자체들이 적잖게 있어 우리로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울산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송 시장에게도 이같은 애로를 호소했고, 송 시장은 “지역 향토우량기업이 외지로 빠져나가는 건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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