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정원문화의 새흐름 ‘자연주의’

▲ 피에트 우돌프 등이 쓴 <자연정원을 위한 꿈의 식물> 속 정원풍경.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정, 영국 런던의 큐가든, 일본대표 코라쿠엔 정원, 미국뉴욕의 센트럴파크와 하이라인파크…. 세계의 정원 스타일은 시대와 함께 늘 변화한다. 그렇다면 요즘은 어떤 정원 문화가 각광받고 있을까. 굳이 그 중 하나만을 꼽으라고 하면 ‘자연주의’ 정원이다.

시대 흐름 따라 정원 형태 변화
최근 핫 트렌드 ‘자연주의 정원’
인생사 닮은 정원가치 알아갈 것
자연 순리대로 다양한 생명 공생
모방 쉽지만 본질 지키긴 어려워
바른 장소와 식재 속에서만 지속
자연경쟁에서 잡초 유입 막아내고
사계절 견뎌낼 식물 선택도 관건
군락식물 간 간격 둔 식재도 필수

◇요즘 대세는 자연주의 정원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이후 울산시와 구군단체가 각기 정원도시 및 정원마을을 만드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에 세계 정원의 핫 트렌드로 떠오른 자연주의 정원을 새롭게 바라보고 울산의 새로운 정원문화 속에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혹자는 자연주의라는 단어의 어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사람의 손길은 전혀 닿지않고 땅과 기후가 알아서 키우고 가꾸는 정원’ 즈음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자연주의 정원은 그런 말이 아니다.

▲ 자연주의로 흘러가는 태화강국가정원에 들어서 있는 인공식재들. 작은 사진들은 포천평강식물원(왼쪽)과 제주베케가등 등 자연주의를 내세운 국내정원들.

최근에는 이를 제대로 공부하자며 특강도 마련됐다. 수원시청에서 수목원 전문가로 활동하는 김장훈 전문정원사는 ‘우리마을에 훔쳐오고 싶은 정원이야기’ 부제의 ‘자연주의정원’ 특강을 진행했다. 30명 한정 참가자 모집이 불과 몇 시간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김 정원사는 “정원의 존재 이유는 ‘도시의 자연성 회복’에 있다”며 “자연주의 정원이야말로 현 시대에 가장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정원사의 정의에 따르면 자연주의 정원은 △자연과 함께하는 정원 △자연이 하듯 자연스러운 식물 배열 △화려한 꽃 보다는 식물의 형태를 중시(사계절 감상가능) △각기 다른 생명과 공생하는 가드닝 정도로 정리된다.

▲ 자연주의로 흘러가는 태화강국가정원에 들어서 있는 인공식재들. 사진은 포천평강식물원

대표적인 국내 사례로는 경기포천의 평강식물원과 제주 서귀포의 베케가든 등이 꼽혔다. 평강식물원은 자생식물 및 멸종위기 식물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자연친화적 정원으로 이미 유명하다. 제주 베케가든의 경우는 그보다 규모는 작지만 정원 자체를 음미하듯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공간설정과 정원과 관련한 각종 이벤트 및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다만 김 정원사는 “자연주의 정원을 흉내내기는 쉽다. 하지만 본질을 따라가지 못하면 금방 사라진다. 바른 장소에 바른 식재만이 최소한의 인공 관리 시스템 안에서 자연주의 정원이 자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자연주의로 흘러가는 태화강국가정원에 들어서 있는 인공식재들. 작은 사진은 제주베케가. 자연주의를 내세운 국내정원들.

◇자연주의 정원 도전하려면

자연주의가 세계 정원문화 흐름을 제대로 주도하기 시작한 건 1980년대 부터다. 그 중심에 뉴욕 하이라인파크의 식재디자인으로 유명한 ‘피에트 우돌프’가 있다.

그가 참여한 <자연정원을 위한 꿈의 식물>을 참고하면 자연주의 정원이 좀더 쉽게 다가온다. 그는 금세 시드는 화려한 꽃보다 울창한 다년생 식물과 잔디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식물을 밀도 높게 심으면서 식물 스스로가 경쟁하도록 한다. 이같은 자연경쟁은 잡초의 유입을 막을 수 있다. 한마디로 식물의 자생성, 자유분방함, 고밀집, 군락심기로 요약된다. 관리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이 사람에게 최고의 안식과 힐링을 안겨준다.

그가 기준으로 삼는 몇가지 정원조성 기법을 알아두면 누구라도 쉽게 자연주의 정원을 조성할 수 있다.

우선 봄여름 한철 개화기만 어여쁜 정원은 일년내내 관심을 두기 어렵다. 가을뿐 아니라 겨울정원까지 염두에 둬야하는 이유다. 서리가 내려도 형태가 남아있어 겨우내 꼿꼿한 형태로 남아있는 식물을 선택한다. 안개가 낀 듯한 경관연출도 중요하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그라스를 식재해 중점식물을 받쳐주면서 동시에 정원 전체에 볼륨감을 줄 수 있다.

▲ ‘자연주의정원’ 강연한 김장훈 전문정원사.

바탕식물과 자생식물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식물과 식물은 서로 얽히고 얽혀있다. 사계절 내내 푸른 식물이나 수형이 부드러운 갈대도 좋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월동이 가능한 식물인지도 잘 파악해야 오랜 생명력을 가진 정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같은 식물을 반복해서 심는다. 운율의 변화나 리듬감, 인체감을 연출하는데 도움된다. 다만 식물이 서로 한데 섞이도록 군락식물 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할 필요도 있다.

울산큰애기정원사 강사인 정홍가 정원사는 우돌프의 말을 빌려 “정원의 식물도 인생의 생명의 순환이고 그 단계는 모두 아름답다”며 “잎이 떨어지거나 갈색으로 변한 정원의 풍경까지 사랑할 때 진정한 정원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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