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가 의장단 구성을 두고 빚어진 갈등을 전혀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15일 후반기 의사일정을 시작했다. 28일까지 14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첫날 본회의에서 박병석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소통과 화합’을 이야기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시정질문을 통해 집행부를 질타하는 것으로 ‘협치는 없다’는 경고장을 날렸다. 의장단 구성으로 인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불협화음이 후반기 의정활동에서 고스란히 드러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박 의장은 여야간의 갈등을 의식해 “편을 가르지 않고 소통과 통합으로 화합하겠다”면서 “정당간 협치를 위해 원내대표제를 도입해 이견을 사전에 조율하고 협의해 나갈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나가자”고 했다. 민주당의 결정대로 원구성을 밀어붙여놓고서 사전 조율과 협의의 풍토를 만들자는 의장의 개회사가 야당의원들에게 곧이곧대로 들릴 리가 만무하다. 야당은 작정이라도 한듯 시정질의를 쏟아냈다.

미래통합당 김종섭 의원은 수소산업진흥원 유치에 실패한 원인이 경쟁력과 내실화 부족과 전략 미흡, 소극적 대응에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같은당 안수일 의원도 임용직 고위공직자와 출자·출연기관 주요 보직 인사가 여전히 선거캠프 보은인사에 머무르고 있음을 문제삼았다. 윤정록 의원도 우정혁신도시의 교통과 부지개발, 신세계백화점 유치 등에 대해 울산시가 손을 놓고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대책을 따져 물었다. 야당의원으로서 향후 의정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긴 하나 하나같이 이미 언론에서 수차례 지적했던 문제들의 재탕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때론 정치에서의 여야간 갈등이 경쟁력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야당의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박 의장의 말대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과 집단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갈등과 대립이 없을 수는 없다. “갈등과 대립을 딛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더 나은 발전의 동력을 만들어갈 수 있느냐가 그 시대의 역량이고 그 사회의 경쟁력”이라는 그의 생각에도 기꺼이 동의한다. 하지만 의장으로서 대화와 타협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사당이 여야 의원간 몸싸움으로 난장판이 된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다. 진심으로 소통과 통합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런 원론적 말이 아니라 오히려 야당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진솔하게 밝히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정치의 기본은 타협이다. 타협은 양보를 전제로 한다. 다수당인 여당의 양보 없이 협치를 이루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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