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대현동 한전사택 부지에 200여가구 아파트 신축 관련

인근 주민 “8m 도로에 후문…주차·교통대란 불가피” 반발

남구 “교통영향평가 대상 아냐…도로 확장 등 강요 불가”

▲ 15일 방문한 울산 남구 대현동 한 아파트 공사 예정 현장 앞. 좁은 도로 양옆으로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어 교행조차 어려워 보인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서 주민 불편은 나몰라라 해도 된다는 건가요?”

울산 남구 대현동 옛 한전 사택부지에 2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축을 앞두고 인근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도로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서게 되면 교통 및 주차대란이 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는 건축사가 제출한 사업 계획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단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 주민들과 사업자, 구청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방문한 수암로 190번길. 주택들과 아파트 건설 현장 사이의 100m 구간 도로에는 양쪽으로 차량들이 빽빽하게 주차돼 있어 차량 교행조차 어려웠다. 이 도로의 폭은 8m에 불과해 인근의 12~20m 사이의 도로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좁았다.

문제는 해당 도로 방향으로 현재 건축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의 후문 개설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시티주택건설이 시행하고 시티종합건설(주)이 시공하는 이 아파트는 야음동 852-25 일원에 지하 2~지상 28층 높이로 총 216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지난 6월 사업시행인가가 났고, 최근 착공 허가도 받았으나 아직 터파기 공사 등은 시작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후문이 개설되면 차량 통행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좁은 도로가 더 혼잡해짐은 물론 행인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정현준(55)씨는 “도로 확장 없이 2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면 교통 대란이 일어날 것이 너무 뻔한데 구청은 여기 도로 사정을 잘 알면서도 사업시행 허가를 내줬다”면서 “후문이 생기면서 기존의 거주자 우선주차장도 3면이나 사라져 안그래도 부족한 주차장이 더 줄어들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를 포함해 인근 주택 주민 수십명은 구청의 건축허가가 잘못됐다며 도로 확장이 불가능하면 인도라도 개설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은 시민신문고에 지난 7일 접수했다.

남구 역시 해당 지역의 교통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아파트가 규모와 가구 수가 교통영향평가 기준 미달이라 교통영향평가 대상에 들어가지 않아 지자체가 도로 개설 등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남구 관계자는 “규모가 작아 교통영향평가 대상에 들어가지 않다보니 사업신청서를 접수해 절차상 문제가 없을 경우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면서 “보통 건설사 측이 도로를 넓히는 내용을 담아 사업신청서를 제출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구청이 먼저 나서서 건설사에 사업부지 일부를 기부채납해 도로를 넓히라고 강요할 순 없다”고 말했다.

차후 문제가 생길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어서 이를 보완할 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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