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16일 태화강국가정원에서 ‘울산의 새로운 희망과 꿈을 담은 큰 평화 태화강 국가정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6년간 1257억원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주요 사업들을 보면 십리대숲 스카이워크, 태화강 가든 브릿지, 남산 국가정원 랜드마크 전망대 등 대규모 인공시설들이 대부분이다. 국내에서 보기드문 호기심을 유발하는 시설들로 관광산업에는 효과가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조성돼 있는 도심 속 국가정원이 무질서한 인공시설물로 품격을 잃을까 걱정이 앞선다. 정원은 그 자체로서의 품격이 있어야 오랫동안 꾸준히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송철호 시장이 직접 현장에서 설명한 ‘큰 평화, 태화강 국가정원 프로젝트’는 크게 국가정원 구역 확장, 국가정원 시설의 인프라 확충, 도시전역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 등으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국가정원 시설 인프라 확충에는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 예를 들어 ‘버드 아이즈(Bird Eyes) 가든’에는 십리대숲 스카이워크와 태화강 가든 브릿지가 설치된다. 스카이워크는 십리대숲에 1100m 거리의 공중 데크로드를 놓는 것으로, 50억원 이상이 든다. 태화강 가든 브릿지는 태화강 전망대 인근 태화강 위에 수상 공중 정원을 만드는 것으로, 250억원이 투입된다. 또 400억원을 들여 국가정원 인근에 식물원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있다. 남산 능선에는 200억원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국가정원을 관망하는 전망대도 건립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들 시설물들을 보면 기능상으로는 대부분이 기존에 있는 시설들과 겹친다. 우선 십리대숲 스카이워크를 보면, 대숲 사이로 자연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 나 있음에도 굳이 사람 키보다 더 높은 데크로드를 만들어 걷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무언지 궁금하다. 경사가 급하거나 늪처럼 질퍽해서 걷기에 불편한 곳이라면 스카이워크가 필요하다고 치지만 십리대숲의 오솔길은 인공데크가 아니라 땅을 밟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화강 수상 공중 정원도 마찬가지다. 온갖 기화요초가 피어나는 태화강변 자체가 훌륭한 정원인데 250억원을 쏟아부어 별도의 다리정원을 만들어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남산 능선에 엄청난 규모의 전망대를 세우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이미 남산에는 남산루를 비롯해 많은 누각이 설치돼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전경을 감상하도록 하고자 하면 이들 누각에 접근성을 높여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국가정원은 무엇보다 품위가 있어야 하고 정체성이 분명해야 한다. 원래 이 국가정원은 도심 속의 태화강생태공원이었다. 후대를 위해 조금이나마 여백의 미를 남겨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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