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덕하역

 

소금은 바닷물을 끓여서 만드는 자염과 햇빛과 바람에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으로 구분된다.

울산 소금은 대부분 자염이었다. 자염(煮鹽)은 일제강점기 서해안 일대에서 대거 생산되기 시작한 천일염에 비해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끝 맛이 달큰해서 인기가 좋았다.

자염이 생산되는 울산을 두고 신이 내린 소금단지라 했다.

왜냐하면 소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염되지 않은 바닷물이 있어야 하고, 갯벌과 모래가 혼합된 염전, 내리쬐는 뙤약볕, 소금 입자를 말리기 위한 적당한 바람이 필요하다. 또 걍수량, 조수 간만의 차가 너무 많거나 적어도 안된다. 이처럼 자염이 생산되는 입지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때문에 울산만은 동해안에서 가장 뛰어난 염전 입지 조건을 갖춘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외황강 하류에 자리 잡은 마채염전은 영남에서 알아주는 소금 단지였다.

아울러 소금을 생산하고 운송(판매)하기 위해서는 교통수단도 매우 중요하다. 덕하역이 그 역할을 담당했으나 철도 복선화로 곧 사라질 운명이다. 내년 복선전철화 구간이 완전 개통되면 덕하역은 서쪽 신청사로 옮겨진다.

덕하역이 울산 소금과 함께했던 지난 85년 세월을 되돌아본다.

▲ 내년 철로복선화 작업이 완료되면 현재 덕하역은 문은 닫는다.

1935년 12월16일 처음 문 연 뒤
60년대까지 소금행상들로 북적
고래고기·해산물 등 운송 거점

◇마채염전의 구운 소금 내륙으로 운송

울주군 청량읍 상남리에 위치한 덕하역(德下驛)은 1935년 12월16일에 문을 열었다. 그동안 보수 정비를 거쳤지만 연륜은 그대로 느껴진다.

건물은 일제강점기 당시 철도역 기본형이다. 한쪽에 치우친 박공지붕이 1930년대 동해남부선에 지어진 역의 양식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인근 주민들만 오가는 쓸쓸한 역이지만, 1960년대까지 소금 행상들로 북적였다. 공업화가 쓰나미처럼 밀려들기 전까지 울산 바닷가는 대부분 염전이었다.

크게 염포 소금포, 명촌대도섬 염전, 돋질 조개섬 염전, 삼산 염전, 장생포 고사염분개, 부곡 염분개, 마채염전 등이다. 자염 생산에는 오염되지 않은 바닷물과 함께 모래가 적당히 혼합된 갯벌흙이 필요한데 울산은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 이선호 울주군수와 관계공무원들이 지난 2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현장점검했다.

그 중에서도 외황강가 마채염전에서 구운 소금은 문수산 황토가 빗물에 씻겨 내려와 맛이 남달랐다고 한다. 영천, 영주역 등에서 기차가 서기 무섭게 단골 점포에서 마채소금을 실어날랐다.

덕하역 일대는 소금뿐만 아니라 고래고기도 풍부했다. 전국 최대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울산 장생포 고래고기의 일부는 해상으로 반출됐고, 나머지 일부는 덕하역을 통해 유통됐다. 이 밖에 해산물 등 다양한 지역특산물들이 덕하역을 거쳐 내륙으로 이동했다.

▲ 2021년 문을 열게 될 덕하역 신청사 조감도.

내년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개통
기존 덕하역 보존 목소리 고조
울주군, 관광명소로 조성 계획

◇덕하역 일원 활용해 관광 명소화 기대

현재 덕하역은 이설작업이 한창이다. 신청사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철로는 벌써 뒤편으로 옮겨졌다.

덕하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대합실을 거쳐 신청사 철로까지 160m가량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2021년 철로복선화 작업이 완료되면 덕하역은 문은 닫는다. 이 역을 없애기 보다는 덕하역 존재 가치를 재조명, 마채염전과 관련해 보존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철도박물관, 소금박물관, 염전박물관 등이 제안되고 있다.

▲ 1935년 12월16일 울주군 청량읍 상남리에 문을 연 덕하역(德下驛). 지금은 인근 주민들만 오가는 쓸쓸한 역이지만, 1960년대까지 소금 행상들로 북적였다.

지난 2018년에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마채염전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울산 마채소금축제도 진행했다. 울산 소금 제염법을 설명하기도 하고, 소금장수 아낙들이 직접 나서 지난 이야기를 풀어냈다.

울주군은 덕하역 일원을 활용해 시민 휴식 공간이나 관광 명소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런데 약 3만㎡에 달하는 덕하역사 일원이 개발제한구역에 해당돼 활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울주군은 해제 방안이나 추후 절차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울주군 관계자는 “폐선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역사는 코레일에서 관리 중인데 지자체가 활용 방안을 제시할 경우 적극 협조한다는 내부 방침이 있어 활용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내년에 폐선이 확정되지만 선제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해 즉각적인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대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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