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난투극’ ‘갈등과 대립’ ‘불협화음’, 7월들어 울산시의회를 취재하고 기사작성 과정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용어들이다. 의장단 선출이라는 감투싸움의 결과물이다. 먹고사는 일도 어려운 판에 그저 시민들만 보고 생활정치를 실현해야 될 의사당 공기는 더욱 무겁기만 하다. 지난 수십년간 시의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보여진 아쉬운 장면이 지금도 개선은커녕 오히려 의원간, 정당간 감정대립과 갈등의 골은 더 심화되는 분위기다.

짧지만 의장단 선출과 후반기 첫 임시회 개회가 이어지는 내내 시의원 행동에서의 감동적인 장면은 거의 기억나는 게 없다. 고작해야 22명이 정원인 울산시의회가 분열정치, 패권정치에 함몰되고 있는 꼴이다. 지방자치 시대에 광역시의원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 지역의 정치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 그 이상이 된다.

몸싸움과 자리싸움이 만연한 시의회를 보며 과연 울산시민들은 지역의 정치를 어느 정도로 인식할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무소속 의원까지 4당 체제로 원구성을 마친 한 지방의 기초의회 등을 지켜보자니 울산시의회가 한층 초라해진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대로라면 원구성 과정에서의 감정싸움이 가져다 준 후유증으로 울산시의회는 후반기 의정활동 내내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다른건 몰라도 이런 식으로 시의회가 운영되면 울산의 정치수준은 한발 나아가도 아쉬울 판에 되레 후퇴하고 만다. 대단한 장면을 기대하는게 아니다. 해법은 분명하다. 정당논리를 앞세우더라도 의원간 협치를 보다 중요시 하면 된다. 의원간 화합하고 오롯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에게 희망의 정치를 보여주는, 그런 일하는 모습을 시민들은 보고싶을 뿐이다.

지방자치시대에 맞춰 지방의회의 경쟁력 강화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의원연구모임도 정당 구성원간 ‘끼리끼리’ 활동에서 벗어나 여야가 관심사항, 주민개선사항 등에 함께 참여해 고민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책개발 등에서의 치열한 논쟁, 집행부의 잘잘못을 현미경 감시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야 말로 시민들이 바라는 의정상이 아닐까.

특별위원회도 힘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7대 후반기 시의회도 개원되자 마자 윤리특위, 예산결산특위, 청년정책특위 구성에 박차를 가한 만큼 속도 알차게 채워야 한다. ‘부활위원회’ ‘집행부 눈치보기’라는 관행도 깨고, 합리성을 높여 일하는 의회상을 구현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

바둑에는 패(覇)가 있다. ‘패’는 바둑판에서 한 판 승부를 짓는 중요한 단초다. 때로는 바둑판 승부를 제쳐두고 패싸움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패싸움을 잘해야 바둑에서 이기는 것은 상례다. 바로 지금 울산시의회 의장단 선거와 의정활동에 화합과 타협으로 ‘선진 의회상 구현’이라는 정치적 대마를 살릴 수 있는 절묘한 패를 써야 할 때다. 그렇지 않고 다수당이라고 의회를 제 입맛대로 운영하면 그만이고, 의원들은 그저 자신의 자리 몫에나 연연하거나 여야간 대립과 갈등만이 공존하는 악수(惡手)를 고집할 경우, 이 패는 시의원 모두에게 패자라는 멍에를 안기게 될 것이다.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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