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북구 시례동에서 동천강을 가로질러 매설돼 있는 오수관로가 수면 위로 그대로 드러났다. 일부는 아예 공중에 떠 있다. 최근 비로 모래가 쓸려 내려가면서 보기에도 위태위태한 상태에 처해진 것이다.

북구청은 지난 5월 오수관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을 발견해놓고도 예산이 없다면서 일부 땜질식 처방만 한 뒤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임시조치라는 것도 대형 모래주머니 5~6개를 오수관 콘크리트 구조물 주변에 갖다 놓은 것이 전부다. 홍수가 나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걱정이다. 예산 타령을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홍수가 나고 오수관이 떠내려간 뒤에야 보수를 할 것인가.

현재 동천강에 매설돼 있는 오수관은 북구 성혜마을 일대 오수나 하수를 포집해 동천강 주 오수관으로 연결, 방어진하수처리장까지 오수를 실어나르는 300㎜의 지선관이다. 이 오수관은 지난 2009년 매설한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모래 등이 유실돼 상부로 완전히 노출됐다. 북구청 관계자는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공사 당시 강의 유속 등을 고려해 깊이 묻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오수관로가 땅 속 깊이 묻히지 않고 공중에 떠 있다는 것은 어떤 변명을 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장을 보면 오수관로가 얼마나 얕게 묻혀져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잠수교로 착각할 정도다. 특히 공중에 뜬 오수관은 지면에 닿지 않은 상태여서 비가 조금만 오더라도 떠내려갈 판이다.

북구청은 오수관 보수공사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 울산은 매년 되풀이되는 집중호우의 위력을 경험해왔다. 차바 못지 않는 집중호우와 태풍이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만약 이 오수관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수십, 수백 배의 예산이 더 들 것이라는 사실은 말을 안해도 알 수 있다. 눈에 뻔하게 보이는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관할 구청의 책임 방기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오수관 매설 공사에 대해서도 따져야 한다. 아무리 10년 정도 지난 오수관이라지만 오수관 자체가 수면으로 뜬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북구청은 당시 시공사의 설계도와 준공검사 담당 공무원 등을 찾아내어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명백백 가려야 한다. 오수관로 전체를 하천 바닥보다 높게 시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명백한 부실시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하천 준설공사를 하면서 하류쪽의 모래를 너무 많이 파내 오수관로가 드러난 것은 아닌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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