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이 전략공천 남발한 통합당

코로나 민심도 못읽어 총선서 참패

‘뒷북 날세우기’론 분위기 반전 못해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2018년 지방선거를 1개월여 앞둔 4월27일. 청와대에서 불과 50여분거리 판문점 평화의 집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북쪽땅에서가 아닌 우리 땅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이건만 세기의 드라마 주인공은 북한의 김정은이었다. 60년만에 ‘동토의 나라’ ‘암흑속의 지도자’라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비주얼을 그대로 드러낸 김정은에게로 세계의 카메라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지금의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을 바꾸기전 자유한국당은 “위장 평화쇼”라면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을 맹비난했다. 알맹이도 없는 판문점회담에 문 대통령은 들러리에 불과했다면서 김정은을 싸잡아 때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들은 꽉 막혀진 한반도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문을 열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로부터 2개월여가 지난 6월12일 트럼프와 김정은은 싱가포르 중심 한 호텔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정치적으로 대형행사라고 할 수 있는 4개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야당의 볼멘소기가 터져나왔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문-트럼프-김’으로 이어지는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의혹을 전방위로 제기했고, 여권에선 “트럼프와 국제적으로 짜고 치는게 가능하냐” “소가 웃을 일”이라고 반격했다.

회담의 결실은 차치하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 자체에 대한 여론은 매우 우호적이었다. 다음날 지방 선거결과는 자유한국당의 대패였다. 전국 17개 시도지사 가운데 TK만 가까스로 건져 체면만 유지했을 뿐, 기초지자체와 지방의회까지 사실상 침몰했다. 울산은 20년만에 보수당 간판을 내릴 만큼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당지도부는 곧바로 내려왔고, 이후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을 바꿨다.

물론 2년여가 지난 지금에도 김정은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동토의 북한문제는 상황적 판단과 시의적절한 대응이 우선이지, 이후 결과만을 놓고 평가할 수 없는게 한반도의 엄연한 현실이다.

1년여가 지난 2019년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온나라가 시끄러웠다. 서울 세종로 광장엔 ‘조국 퇴진’의 촛불시위로 여권 심장부를 강타했다. 21대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여권지도부는 당장 총선을 치를 경우엔 참패할 것만 같다는 자조가 터져 나왔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지도부와 김형오 공천지도부는 이번 총선만큼은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며 ‘이상하리만큼’ 전략 공천을 남발했다. 여기다 김무성과 홍준표, 김태호 등 대선주자들의 싹을 자르려 시도했다. 곁가지를 치는 사실상 ‘황교안 만들기’의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삶의 무게를 느낀 국민들은 아우성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난긴급지원금을 풀어야 한다고 야당에 호소했다. 하지만 황교안을 중심으로한 지도부는 “정신 나간 소리”라고 비난했다. 민심은 여당으로 향했다. “국민들의 마음을 모르는 야당은 밖으로 꺼져라.” 종로에서 사경을 헤맨 황교안은 “국민 모두에게 50만원이라도 지급하자”고 읍소했다.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였다. 총선결과는 여기서 언급이 필요할까?

집권측은 최근 ‘국회 세종시대’에 이어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까지 ‘통째 세종시대’를 열자”고 포문을 열었다. 통합당은 즉각 “부동산정책에 실패한 꼼수”라고 날을 세웠다. 과연 그럴까? 이미 당내 오세훈 등 유력 대선주자들은 물론 충청권 현역들이 무너지고 있는 데도 말이다. 부동산정책 실패와 ‘통째 세종이전’의 꼼수 여부는 국민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 평소엔 수도권 과밀 대책과 국가균형발전을 주장해온 통합당이다. 주도권을 빼앗기자 생떼를 부리는 것으로 비쳐질 뿐이다. 주요 이슈와 현안마다 선제적 개발과 대응은 고사하고 뒷북을 치는 통합당 지도부의 앞날이 훤히 보일뿐이다. dusoo@ksilbo.co.kr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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