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우리 말 띄어쓰기는 조사만 구분하면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단어는 모두 띄어 쓰고 조사는 체언에 붙여 쓰면 띄어쓰기 완성이다. 쉽다고 하겠지만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용언은 활용할 수 있기에 어간과 어미로 구분할 수 있는데, 어미를 독립된 한 단어로 착각할 때도 있다.

<책 쓰자면 맞춤법> 첫머리에서 저자 박태하는 책 원고의 띄어쓰기 교정은 고된 작업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의 구성에서도 맞춤법 보다 띄어쓰기를 앞쪽에 편집해 띄어쓰기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먼저 이 책에서는 ‘어미’의 띄어쓰기를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안해 내가 먼저 사과할걸’에서 ‘ㄹ걸’은 가벼운 감탄이나 반박 혹은 뉘우침이나 아쉬움을 나타내는 종결어미이다. ‘우린 원래 처음 만나자마자 통했잖아’에서는 ‘자마자’가 어미이다. 어미는 당연히 어간에 붙여 써야 한다.

‘어미’에 이어 파생어 접사도 띄어쓰기에서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 삼촌뻘 된다고 했던 그분 기억나지’, ‘그분이 대체 몇 년생인데 삼촌뻘이라는 거야?’에서 ‘뻘’은 ‘생’과 함께 접사이다. 우리 언어생활에서 자주 등장하는 접사에는 접두사와 접미사도 있다. 대국민 사과문, 반사회적인 행동, 범정부적 차원, 총인원 등에서 대, 반, 범, 총 등은 접두사이다. ‘시간당, 새마을호, 초과분, 주인백’에서 당, 호, 분, 백은 접미사이다. 파생어 접사는 붙여쓴다.

최근에 출판된 김남미 <더+맞춤법>에서 띄어쓰기를 강조한 예문이 있다. ‘한잔’ 사겠다더니 정말 ‘한 잔’만 사네이다. 이 문장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야기 맥락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한 잔’에서 한은 숫자로 하나이다. 그러므로 딱 한 잔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교적으로 ‘한잔’하자고 할 때는 정확하게 한 잔만 마시자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친구와 술과 음식을 나누면서 평소 못다 한 담소를 나누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근래 코로나로 만남이 모두 어렵다. 문자나마 ‘언제 한잔할까요’라고 하는 것도 반가운 시대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