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투수 상대 스위치 히터로
0대4로 끌려가던 경기 물꼬
연장승부 끝에 팀도 역전승

▲ 27일(한국시간) 최지만이 미국 플로리다주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2020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에 6회 말 우타석에서 솔로홈런을 치고 브랜든 로우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왼손 타자 최지만(29·탬파베이 레이스)이 오른손 타자로 등장해 홈런을 쏘아 올리는 진기록을 쓰고 팀의 대역전승에 크게 기여했다.

최지만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2020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 1루수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치고 2타점을 수확했다.

안타가 곧 최지만의 시즌 첫 홈런이었다. 그것도 우투 좌타인 최지만이 오른손 타석에서 친 만화와도 같은 포물선이었다.

1회 3루수 뜬공, 3회 삼진으로 돌아선 최지만은 0대4로 끌려가던 6회 말 선두 타자로 나와 토론토의 두 번째 투수 좌완 앤서니 케이를 상대할 때 좌타석이 아닌 우타석에 들어섰다.

최지만은 초구 시속 145㎞짜리 포심 패스트볼이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잡아챘다.

최지만의 방망이를 떠난 타구는 직선타 형태로 쭉쭉 뻗어가 좌중간 담을 훌쩍 넘겼다.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홈런이었다.

빅리그 5년 차인 최지만이 오른쪽 타석에서 친 첫 안타이자 첫 홈런이다.

최지만은 케이가 마운드에 오른 3회에도 우타석에 들어섰다가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 빚을 바로 다음 타석에서 시원한 대포로 만회한 셈이다.

MLB닷컴은 전날까지 빅리그 통산 860타석을 모두 좌타자로만 나섰던 최지만이 오른손 타자로 처음으로 나서 비거리 131m짜리 홈런을 쐈다며 타구 속도는 시속 177㎞로 올해 탬파베이 타자 중 가장 강력한 타구를 날렸다고 소개했다.

최지만은 올해 연습경기에서 우타자로 안타를 쳤을 때 “투수의 훈련을 돕기 위해 우타자로 나섰던 것”이라고 넉살을 부렸고,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도 “최지만이 정규시즌에서 우타자로 나서는 일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실제로 최지만이 오른쪽 타석에서 홈런을 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캐시 감독의 발언도 ‘연막작전’이었음이 드러났다.

MLB닷컴의 후안 토리비오 기자가 경기 후 인터뷰를 트위터로 전한 내용을 보면, 최지만은 캐시 감독이 여름 캠프 중 다가와 스위치 히터로 기용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최지만은 이날 느낌이 좋아 스위치 히터로 뛰어보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철두철미한 팀의 전략에 따라 ‘스위치 히터’ 최지만이 탄생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연장 10회 말 승부치기 상황에서 2타점 2루타를 쳐 6대5 역전승의 영웅이 된 탬파베이의 중견수 케빈 키어마이어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로, 누군가가 이를 해낸다면 그건 바로 최지만”이라고 극찬했다.

최지만은 이제 공식적으로 스위치 히터냐는 물음에 웃음을 띠며 “잘 모르겠다”면서도 “아마도”라고 답해 앞으로도 종종 오른쪽 타석에 설 여지를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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