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정원사업 성공여부 ‘시민주도’ 관건

 

태화강국가정원 시민 품격 높여
정원도시 가꾸기는 참여가 필요
각 구군별 정원 관련 사업 활발
주민 참여 없인 성과 내지 못해
책임관리 가능 때 정원공간 지속
대구 비산동 대표적인 성공 사례
마을공동체 설립 축제까지 열어

#울산 중구는 31일 태화동 태화강국가정원 인근에서 ‘신기한정원마을’ 성과공유회를 앞두고 있다. 태화교회 옆 주택 골목길에 시범적으로 다섯채의 오래된 주택 벽면을 아름답고 개성적인 미니정원으로 꾸민 것이다. 이사업은 울산 중구의 예산지원으로 태화동주민회(국가정원분과)와 마을정원협의회가 6개월에 걸쳐 진행했다. 아직은 서툴지만 내년엔 마을정원사 심화교육도 실시하고 정원마을구간도 더 확장할 계획이다. 울산 중구는 기초단위 최초로 정원문화육성및진흥에 관한 조례까지 시행하면서 관내 전체를 정원도시로 가꿔나갈 방침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중구에만 속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니다. 예전 ‘태홧뜰’로 불리던 강북쪽 너른 지대는 물론 강남쪽 삼호·무거동 방면 둔치의 철새공원까지 아우르고 있다. 남산 아래 대숲과 연결된 남구쪽 둔치 역시 국가정원 속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울산 남구는 국가정원과 연계한 관광콘텐츠 개발과 그린 개념의 주민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울산 동구 서부동 ‘현대예술정원’은 산업수도 울산의 특성이 가미된 정원공간으로 꼽힌다. 도심 한복판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 정원은 울산 제1호 ‘공동체’정원이다. 정원의 관리주체는 관할 구청인 동구, 기업(현대중공업), 주민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린 동산·연못·실개천에 공연까지 펼칠 수 있는 문화정원, 다채로운 식물정원으로 꾸며졌다.

▲ 울산 북구 농소3동에서 최근 열린 주민주도형 골목여름꽃심기 활동 장면

#울산 북구에서는 ‘손바닥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불법으로 쓰레기가 마구 버려지자 보다못한 호계 인근 주민들이 골목길에 자그마한 정원을 만든 것이다. 모두 후미진 주택가나 상가의 담장, 전봇대, 배전함 근처 등 쓰레기 투기가 고질적으로 이뤄지는 장소였다. 주택가의 환경을 개선하는데 우선 도움되지만, 그 속에는 환경 개선을 통해 주민들 스스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유도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울산에는 총 3곳의 민간정원이 자리한다. 그 중 2곳이 울주군에 자리한다. 울주군 상북면의 ‘온실리움’이 2018년 12월 일찌감치 제1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됐고, 지난 5월 울주군 온양읍의 ‘발리정원’이 또다시 추가됐다. 산과 바다 등 도심지와 달리 자연환경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울주지역 특성상 마당이 넓은 전원주택이 많아 향후 개인 소유이긴 하나 주민들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공공재 개념의 정원이 늘어 날 가능성이 높다.
 

▲ 대구 비산동 골목정원 모습.

울산 전 구군에서 정원마을, 골목정원, 정원도시, 도시재생 등의 사업명으로 여기저기 정원과 관련한 사업이 활개치고 있다. 사실 태화강국가정원이라는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가 울산 전 지역에 이같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태화강국가정원을 잘 가꾸는 일과 울산을 정원도시로 만드는 문제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각기 다른 사안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은 말 그대로 국가정원을 잘 가꿔 시민들의 일상에 품격과 여유를 더하고 자부심을 높이는 사업이다. 이에 더해 관광객을 끌어들여 그들을 울산에서 먹고 자게 만들면서 수익창출까지 높인다면 더없이 좋다.

그런데 울산을 정원도시로 만드는 건, 국가정원의 울타리를 벗어나 그 밖의 온 도시를 풀과 꽃으로 채우는 일이다. 그런데 시구군이 나서고 예산이 있다고 해 가능한 일이 절대 아니다. 그 마을에, 그 골목에 살고있는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울산에 정원사업 바람이 거세게 불기 전, 전국 각 도시에는 이미 도시재생 차원에서 크고 작은 정원만들기 사업이 이뤄졌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패와 성공사례가 공유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그 곳처럼 하게되면 정원사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든지, 최소한 이렇게 시도해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매뉴얼이 서 있는 것이다.

그 중 대구 비산동 골목정원은 최근 마무리된 울산 중구 마을정원사 입문과정 강의에서 전국의 수많은 골목정원사업 중 대표적 성공사례로 소개됐다. 슬럼화 된 마을을 살리기 위한 작은 시도가 종래를 지난 2015년 전국 제1호 골목정원 타이틀을 거머쥐게 해 줬다. 마을이 너무 더럽고 삭막해 동장이 직접 나서 집집마다 나뒹구는 화분에다 풀이나 꽃을 심어 대문 밖에 두도록 한 것이 첫 출발이었다. 예쁜 마당을 이웃과 공유하는 담벼락 없애기도 시도했다. 점차 환경이 달라지니 신이 난 건 오히려 주민들. 너도나도 집 앞 골목을 가꾸기 시작했고, 마을정원지도를 제작하고, 축제를 추진하며, 이제는 마을공동체가 설립 돼 봄여름가을 뿐 아니라 겨울에도 시들지않은 유리정원까지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골목정원의 성공여부는 처음 취지를 그대로 이어가는 지속관리방안에 있는데, 주민들 필요에 의해 사업이 시작됐고, 주민들 스스로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면서 현재까지 골목정원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실패사례도 있다. 호기롭게 시작한 정원사업이지만, 지속성이 담보될 수 없고, 어느 순간 소리소문 없이 활동이 멈추더니, 안하느니만 못한 관리부실 정원으로 또하나의 쓰레기더미만 양산하게 된다. 이 같은 실패담은 각종 실적을 염두에 둔 사회적기업이나 시민사회단체, 지역대학 사업단 등이 덜컥 녹색가꾸기 및 골목정원조성 지원사업에 선정돼 해당 사업을 추진하면서 빚어진다. 의욕에 앞서 값비싼 화분으로 장식하고 골목벽화 및 환경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하지만 결국에는 대상지 주민의 참여를 이끄는데 실패하면서 1년 후엔 말그대로 예전만 못한 골목으로 되돌아가 버리게 된다.

엄석만 대구비산동 도시재생센터장은 “정원사업이 성공하려면 관이 먼저 나서서 성과를 위해 각종 사업을 시도할 게 아니라 철처하게 희망자(주민)의 활동의지가 담보돼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정 부분은 자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남을 위한 정원만들기가 아니라, 나와 내가족, 내이웃을 위한 정원조성활동이 늘어날때 정원도시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야 “책임관리가 가능해지고, 한번 시작된 정원조성공간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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