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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쟁이들]전통방식 그대로, 정직하게 빚은 ‘땀과 노력’의 결과물7. 울주군 삼동면의 도예 장인들
­(상)왕방요·조일요·지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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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02  20: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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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도예마을
조선 사발인 ‘이도다완’ 재현한
사기장 故 신정희옹의 가족·제자로
둘째아들 신용균 장인의 ‘왕방마을’
조카사위 정재효 장인의 ‘조일요’
넷째아들 신봉균 장인의 ‘지랑요’
묵묵히 ‘분장회청사기’ 명맥 이어


‘울산의 쟁이들’은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담담하게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울산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전통문화 분야에 몰두하며 최고의 열정과 기량을 보여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생애와 기예를 소개한다.

 
 
▲ 지랑요의 신봉균 장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동면은 경상남도 양산시의 통도사에 인접한 지역이다. 차문화가 발달한 통도사 옆에 있어서일까, 이곳에는 30년 전부터 사기장들이 하나 둘씩 모여 터를 잡고 살아왔다. 왕방요(신용균)·조일요(정재효)·지랑요(신봉균)·청암요(장상철)·삼동요(이인기)·백상요(이충우)·하잠요(김경남)가 그들이다. 삼동의 도예 마을, 이는 울산 시민들에게는 낯설지 모르나 전국의 다도와 도예계에선 이미 유명한 이름이라 한다.

   
옹기분청호.


우연히 모인 것 같지만 이들에겐 연결고리들이 여럿 있으니, 먼저 이들의 도맥(陶脈)은 일본의 국보가 된 조선사발 ‘이도다완’을 재현한 사기장 고 신정희(1938~2007) 옹에게서 흘러나왔다. 이들은 신정희 장인의 가족이자 제자들로 묶여 있다. 그리고 이들은 흙과 벽돌을 쌓아 직접 만든 가마에 장작을 때는 전통가마를 고집한다. 전통가마가 표현하는 미세한 질감과 옛스러운 맛, 무언가 다른 그 느낌을 포기하지 못한다. 이들은 또한 ‘분청’을 만든다. 분장회청사기(粉裝灰靑沙器), 회청색 흙에 분칠로 꾸민다는 이 그릇은 더없이 화려한 고려청자와 더없이 귀한 조선백자 사이의 중간 단계일 뿐이라 폄하되기도 하지만, 이들은 자기 고장 흙의 성질을 오롯이 간직하고, 덤벙·귀얄·상감·낙인 등 다양한 기법으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분청을 좋아한다.

   
▲ 왕방요의 신용균 장인.


무엇보다 이들의 삶터이자 일터인 삼동면. 한번 불을 피우면 많은 연기와 재가 날리기에 장작가마는 이웃의 이해가 없으면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러나 한동안 굴뚝 연기가 없으면 무슨 일이 있느냐 걱정하는 넉넉한 인심, 한없이 좋기만 한 경치와 해가 지면 적막강산 속 새울음만 들리는 운치, 통도사 옆에 있으면서 마산과 부산 등지를 한 시간에 달릴 수 있는 교통의 요지, 우연히 들어왔다기에 삼동면은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땅이었다.

   
조화문장군병.


왕방마을의 왕방요는 일곱 장인들의 가장 큰 형이자 신정희 옹의 둘째 아들 신용균(1962년생) 장인의 가마이다. 조일요에 이어 두 번째로 1994년 삼동면에 들어왔다. 그는 오랜 시간 자신들을 품어 준 삼동 사람들에게 늘 고맙다. 그렇기에 도예가이면서도 왕방마을의 이장님인 자신을 잊지 않는다. 작품을 유약에 ‘덤벙’ 빠뜨려 색을 입히는 덤벙분청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렇게 만든 그릇은 부드러우면서도 두터운 질감이 돋보인다. 이 소박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얻기 위해 그는 네 번이나 가마에 굽는 수고를 기꺼이 감당한다.

“습관입니다. 배울 때 습관, 그게 제일 중요해요. 일을 배울 때 땀을 배우다 보니 그렇게 안하면 못 배기는 거죠. 열심히 노력하는 거, 땀 흘리는 거, 이 과정에서 무언가 빠지면 찝찝합니다. 몸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땀 흘린 결과물을 흙과 불에서 받아 선택하고 또 선택받고, 결국 제일 마지막에 고르는 손님이 그릇의 주인이 되는 거죠.”(신용균)

1992년 가장 먼저 삼동면에 자리 잡은 조일마을의 조일요는 신정희 장인의 제자이자 조카사위인 정재효(1963년생) 장인의 가마이다. 도예를 본업으로 하면서도 대학에서는 그림을 전공했다. 이천에서 백자를 배운 경험으로 백자와 분청을 아우르는 작품 세계를 이루고 있다. 백자에 분청의 기법을 더하거나, 분청에 회화적 요소를 가미한 세련됨이 그만의 개성이다. 아름다우면서도 본연의 쓰임을 다하는 그릇을 추구한다.

   
▲ 조일요의 정재효 장인.

“저도 분청을 좋아하는데 조금 더 회화적인 느낌을 내보려고요. 분청은 현대회화에 가깝죠. 기법 자체가 다양하고 색깔도 쓸 수 있으니까. 직설적이기 보다는 느낌으로 표현하는, 매끈하기 보다는 질감이 전해지는 걸 좋아합니다. 칼자국이든 뭐든지 자국이 남은, 그런 텍스쳐가 있는 걸 좋아하죠. 상감도 질감이 느껴지는 점이 좋습니다.”(정재효)

   
분청선문편병.


지랑마을의 지랑요는 신정희 장인의 넷째 아들 신봉균 장인의 가마이다. 둘째 형 왕방요의 신용균 장인을 따라 삼동면에 들어와 함께 작업을 하다가 2002년 독립해 지랑요를 세웠다. 그에게 전통이란 맥을 이어가는 일이다. 도예의 각 공정마다 아버지께 배운 그대로 정직하게 만드는 것, 그가 그릇을 만드는 이유이다. 단단하고 묵직하면서도 정감이 담긴 그릇들은 이렇게 땅에 굳게 뿌리를 내리려는 그의 성정을 드러내는 것이리라.

“항아리는 기술이 필요한데 그게 경험에서 나오거든요. 장작가마의 특성상 가마의 한 공간 안에서 온도 편차가 있기 때문에, 항아리가 크면 클수록 여기와 저기의 온도가 차이 나서 색깔이 달라져요. 이건 기술적인 데이터로 아는 게 아니고 많이 해본 경험으로 배울 수 있지요. 그게 전통인 것 같아요. 앞 사람들의 경험치를 수용하고 또 다음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이요.”(신봉균)

장작가마도 다를 것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에겐 느껴진다. 장작가마에서만이 나올 수 있는 ‘흙의 질감’이. 그것은 오직 느낄 수 있는 이들만 아는 것이다. 내가 그것을 느끼는 한 그리고 그것을 알아주는 이들이 있는 한, 이들은 결코 불 때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글= 노경희 전문기자·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
사진= 안순태 작가·장인들 제공
표제= 서예가 김중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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