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중 경제부 차장

“우리의 힘으로 코로나도, 경영위기도 반드시 극복하자” “미래 생존 담보하기 어렵다. 석유소비감소가 일상이 된 ‘뉴노멀(새로운 일반)’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과 플랫폼 사업 두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

7월 마지막날 지역 경제부 기자들의 메일로 전송된 2개 보도자료 제목이다. 하나는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의 담화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내 굴지의 정유사인 SK에너지 조경목 사장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관련한 기고문이다. 각각 회사가 처한 위기를 진단하고 미래 생존방안에 대한 자구책을 강조한 내용이 주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여름휴가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회사가 닥친 현실을 다시금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 극복에 동참해 달라는 당부의 글을 남겼다. SK에너지 조경목 사장은 기존사업구조와 기존 일하는 방식의 틀을 과감하게 벗는 딥체인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의 소제목에는 ‘서든 데스(sudden death·급사)’라는 표현까지 언급돼 현재의 상황 수준을 엿보게 한다.

국내 굴지 대기업 CEO들의 눈에 비친 현 경제사정은 위기감 그 자체다. 어두운 산업현실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지역 주력산업을 대표하는 이들 조선과 석유화학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도 여전히 어두운 터널속에 빠진 형국이다.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폐업 위기에 내몰려 있는 게 울산 산업의 현실이다.

이들 CEO들이 강조한 “다시 시작해야 할 출발점이다” “실패한 실행은 없다”는 문구처럼 변화하는 산업에 대응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은 이제 산업 주체들의 생존 그자체가 된 셈이다. 그렇지 않으면 산업수도 울산은 연일 ‘배드 뉴스(bad news)’로 도배될 게 뻔하다.

기업 스스로의 자생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울산시와 각 지자체, 경제 지원단체들도 보다 강력하고 새로운 경제활성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울산경제는 그야말로 전시상태나 다를바 없다. 1분 1초를 다툰다. 분명 1년, 10년, 100년후를 내다본 도시개발 청사진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울산경제는 단기나, 중장기 맞춤식 처방전이 제때 제시되지 않으면 회복 그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요즘들어 “몇 천억, 몇 조 등 천문학적 투자계획이 많은것 같은데…”라는 말이 자주 들리곤 한다. 그런데 “투자계획에 비해 눈에 보이는 성과가 부족하다” “살림살이에 어느정도 보탬이 될지 모르겠다”는 완곡어법(婉曲語法)처럼 들리는 이유는 뭘까.

대형 기업유치도 중요하지만 각종 규제나 지원방안 미흡으로 울산을 떠나려는 기술 강소기업들을 손놓고 있어서도 안된다. 현장24시 기업지원 등의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목소리를 귀담아 행정에 접목시키는 것만큼 기업애로 해결의 지름길이 없다는 시각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견기업과 소기업 등 기업간 협력 생태계 확산 또한 중요하다. 지금이 바로 경제 ‘굿뉴스’를 생산하는데 행정기관, 경제지원기관, 기업, 노사 모두가 머리를 맞댈때다.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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