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지진·해일 못지 않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울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화학물질 유통량이 전국의 30%에 이른다. 유독물 또한 전국 유통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만일 가스 등 유독물질이 바람을 타고 주택가와 도심으로 확산할 경우 인명피해는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 울산석유화학단지 주변 2㎞ 안에는 20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고, 5㎞ 반경 내에는 14만6000여명이 살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울산혁신도시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누출된 유독 화학물질이 바람을 타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예측할 수 있는 ‘바람지도’를 국내에서 처음 만든 바 있다. 바람지도가 만들어진 지역은 울산이 처음이다. 재난안전연구원은 울산에는 위험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기업체가 많아 시민들의 불안이 크다는 점을 감안,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울산 남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맞춤형 화학사고 행동요령을 개발했다. 남구청의 주민행동요령 매뉴얼을 보면 바람이 해안에서 불어올 경우 시내쪽의 주민들은 방어진과 온양면 등 직각방향으로 대피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났는데도 주민들이 대피장소를 찾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무용지물을 유용지물로 만들려면 하루빨리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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