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규홍 경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울산 등 남부지방은 덥고 습하고 무더운 날씨다. 반면 중부지방은 물폭탄으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명과 재산피해가 안타깝기만 하다. 제4호 태풍 하구핏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의 장마가 1주일 가량 더 이어질 것이란 예보다. 어쨌든 한달을 훌쩍 넘긴 지루한 장마가 물러가는 듯하다. 팔월 무더위가 시작된다.

동서고금 삶의 지침으로 화두가 되어 오고 있는 것이 “지금 여기” “Now and Here” 라는 말이다. 장마도 순간이고 더위도 순간이다. 나는 임제 선사가 말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란 말을 좋아한다. 자기가 처한 곳에서 주인이 되고 지금 있는 곳만이 참진리일 뿐이라는 말이다. 과거는 흘러간 일 잡을 수도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일 누구도 알 수 없다. 오직 진리는 지금 이 순간뿐이다.

해인사 장경판전 주련에 쓰여있는 ‘원각도량하처(圓覺度量何處·깨달음의 도량 즉 행복한 세상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맞은 편 주련에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時·지금 생사가 있는 이곳, 당신이 발 딛고 있는 이곳이다)’라고 쓰여져 있다.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가 쓴 ‘세가지 질문’이란 소설이 있다. 니콜라이는 세 가지 의문을 품는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소냐, 고골리, 푸시킨에게 물어본다. 나름 대답을 한다. 그런데 일을 하고 있는 거북이 레오로부터 답을 얻는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이 순간이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너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네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일이란다.

잘 알다시피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광고 문안이 ‘Just do it’이다. 이 광고 문안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지금 바로 하라는 것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는 가르침이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만든 미국의 유명한 철학자 사상가 정치가 벤자민 플랭클린이 농부를 깨닫게 한 한 마디 “오늘 할 일은 오늘 하라!”

성경에도 같은 말이 있다.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마태복음 6:34) 지금을 나타내는 영어가 present이다. 다른 뜻으로 선물이란 의미도 있다. 지금이 최고 선물이다.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상용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昨天的太陽不干今天的衣裳(작천적태양쇄불간 금천적의상·어제의 태양으로

오늘의 옷을 말릴 수 없고)

今晩的月光照不亮昨晩的身影(금만적월광조불량 작만적신영·오늘밤 달빛으로

어젯밤 그림자를 비출 수 없다).”

내일을 준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오늘에 충만하면 내일은 그냥 따라 행복이 온다는 뜻이리라. 내일의 행복에 연연하지도 말라. 오늘 행복하면 내일이 행복해 진다.

현재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을 관(觀)하라. 숨을 관(觀)하는 것이 호흡법 참선수행이다. 부처님의 득도도 호흡을 관찰하는 수식관(數息觀)수행으로 이루었다. 내가 살아 있음을 가장 확실하게 확인하는 순간이 숨을 관하는 것이다. 숨쉬고 있음에 감사하자.

내일은 나에게 올 수 있을지 없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팔월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팔(八)이다. 소리가 피어나는 비상의 소리 때문이다. 성공의 숫자이다.우리도 마찬가지로 팔월을 팔팔하게 생기를 가지고 살아가자.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임규홍 경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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