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권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울산시민은 태풍이 시작되는 여름철이 되면 강우에 민감해진다. 지난 2016년 10월 발생한 제18호 태풍 ‘차바’ 당시 시간당 최대 139㎜의 이상강우로 울산시 상수원인 회야댐이 월류하고 지역별 주요 소하천이 범람해 마을 전체가 고립되는 상황이 속출하여 인명 및 재산피해를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상강우는 국지적이고 돌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지역공동체라고 일컬어지는 마을 단위에 홍수·범람·산사태·붕괴·유실 등 다양한 피해를 발생시킨다.

기후변화 전망 및 영향을 평가하고 기후변화협상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는 IPCC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온과 강우량이 상승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더불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국내에서 발생한 시간당 100㎜ 이상의 이상강우가 1960년대 1회에서 2000년대 5회, 2010년대 8회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발생지역 또한 장마의 영향이 큰 경기도와 태풍의 주 영향권에 놓여있는 경남과 남해안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도 이상강우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는데, 이상강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지역공동체에 대해서는 기존과 차별화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행정안전부는 2014년 지역공동체의 풍수해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명피해 우려 재해취약지역 지정·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지역공동체별로 이장, 주민대표 등을 현장관리관으로 지정하여 평소에는 마을 내에 위치한 재해위험시설이나 취약지역을 조사·관리하며, 재난 시에는 해당지역 담당 공무원과 함께 사전통제, 주민대피 등 응급조치 활동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제18호 태풍 ‘미탁’이 내습했을 때 삼척시에서는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는데, 그 중 재산피해가 가장 심했던 원덕읍 갈남2리 ‘신남마을’은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었다. 이는 마을이장이 신속하게 주민을 대피시켰기 때문인데 이처럼 현장관리관의 대응역량은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나, 당시 장애인, 노인 등 취약가구는 가가호호 방문하여 직접 대피시켜야 했을 정도로 정보전달체계나 주민의 대피참여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주민참여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주민대표는 평소에 소모임, 마을행사, 정기훈련 등을 통해 지역공동체의 안전의식을 강화하는데 힘써야 한다. 또한 마을 주민이 직접 취약지역을 조사하게 하고 또 재난지식과 안전관련 정보를 서로 전파·공유하게 하는 등 조사 및 전달활동에 지역주민을 참여시킴으로써 재난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대규모 재해발생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주민들이 스스로 재해정보 수집, 구출·구조, 대피지원, 대피소의 운영·관리 등을 수행 혹은 지원할 수 있도록 사전에 각자 임무를 설정하고 맡은 바 역할에 따라 관련된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재해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마을대표와 함께 지역주민 모두가 취약지역 점검 및 응급조치 활동의 주체가 되고, 정부는 행정과 재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시·군·구는 마을 주민이 위험요인과 재해정보를 안전신문고에 신고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홍보·교육함으로써 사전에 위험지역을 파악하고 재난에 대비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정부가 행·재정 지원과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공동체가 스스로 재해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취약지역 조사와 대응훈련을 실시한다면, 이상기후로 인한 인명피해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권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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