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울산이 전국 최대의 화약고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9월28일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화학선 폭발ㆍ화재 사고는 전국에서 액체화물 물동량이 가장 많은 울산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다. 지난 4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항구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 중이던 질산암모늄이 폭발하면서 50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레바논 언론에서는 베이루트 폭발의 충격파 세기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20% 이상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울산의 위험물 폭발·화재 사고에 대한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최근 5년간 국가산단 안전사고와 인명피해 자료에 따르면 그 동안 총 13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울산공단이 가장 많은 29건을 차지했으며, 여수 19건, 구미 14건, 남동 14건 순으로 나타났다. 인명피해 역시 전체 138명 가운데 울산이 39명으로 가장 많았고, 구미 18명, 남동 15명, 여수 13명 순이었다. 사상자는 주로 석유화학단지에서 많았다.

석유화학단지와 인접한 울산항은 전국 액체화물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전국 1위 액체화물 항만이어서 사고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실제 지난해 1~7월 울산항 전체 물동량(1억1744만t)의 81%를 원유, 화학공업생산품, 석유정제품 등 액체화물이 차지했으며, 환적화물의 80%(140만t)가 액체화물이었다.

울산남부소방서 소방특별조사팀은 석유화학단지 내 대량 위험물 저장·취급 사업장에 대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74개 사업장, 3171개 위험물 탱크다. 조사가 이뤄진 탱크를 보면 608개는 양호하고, 956개소는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오래돼 부식 등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베이루트 폭발사고는 갈수록 인재(人災)임이 확인되고 있다. 이는 울산에도 언제든지 베이루트 사고 못지 않은 초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CNN 등에 따르면 베이루트항에는 축구장 크기를 넘어서는 거대한 분화구가 만들어졌다. 분화구에는 흙과 아스팔트 대신 바닷물이 들어찼으며 항을 중심으로 반경 10㎞까지는 완전히 초토화돼 버렸다. 그럼에도 울산시민들은 점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이번 베이루트 폭발사고를 계기로 울산시와 재난안전 당국은 울산의 폭발·화재 사고를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잘못하면 베이루트 폭발사고가 강 건너 남의 집 일이 아니라 직접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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