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버섯과의 첫 만남 뒤 10여년이 지속되어도 관심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엄청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력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다. 끌리게 하는 것에는 아름다움, 맛, 향기, 이익, 신기함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이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일단 호기심 유발이고 여기에 좋아함(호감)이 더해져야 한다. 그 다음에는 끊임없는 변신, 새로움이 있어 싫증을 느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보상이나 이타심, 자긍심이 뒤따르면 금상첨화다.

버섯의 첫 번째 매력은 발생의 시기와 장소, 그리고 신기한 모양새에 있다. 장마 때 공원이나 숲에 가면 이름 모를 다양한 버섯이 쏟아져 올라온다.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아름답고 신기하다. 생명체의 다채로움에 새삼 놀랄 수밖에 없다. 그 다음날 다시 가보면 바람처럼 왔다가는 사라져버리곤 해서 더욱 신기할 따름이다.

자라는 곳도 다양해 산과 들, 토양과 썩은 나무는 물론이고 살아 있는 나무, 동물의 분뇨, 살아 있는 곤충, 게다가 퇴비, 우드칩, 벽지, 고무, 양초 등 거의 모든 탄소 유기물에서 발생하고 있다. 생김새도 우산, 모자, 망태기, 덩어리·알, 새집, 송곳·침 모양 등 다양해서 버섯 생태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것도 버섯이야?’라며 놀라워 한다. 끊임없는 새로움으로 인해 권태감, 지루함, 싫증을 느낄 틈이 생기지 않는다.

버섯에 있어 권태기는 이제 모두 알만큼 알아서 권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해도 해도 너무 몰라서 권태감이, 아니 무력감이 와서 포기하곤 한다. 입문한지 10여년이 지난 필자도 낮에 버섯 사진을 잔뜩 찍어오면 저녁 내내 버섯 이름 찾기에 골몰하는 것이 버섯의 세계이다.

▲ ‘생명의숲 울산버섯탐구회’가 2016년 7월 울산 유곡중학교 뒷산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 명명한 ‘울산도깨비광대버섯’.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면 그 일의 가치는 더 커지게 된다. 국토면적이 작고 겨울이 긴 우리나라는 농림업에서는 국제경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수한 IT 기술과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기 가장 적합한 것이 버섯 재배이고, 우리나라의 버섯 재배 기술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어서 농업 선진국인 미국,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등에 수출하고 있다. 우리의 버섯산업은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가장 국제경쟁력이 큰 농림업 분야이다.

지난해 말 4년 만에 만난 청도군의 박명훈 동인농장 대표는 “이제는 일본 버섯이 무섭지 않아요, 7년 만에 가보니 그들은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라고 했다. 그동안 일본을 압도하는 기술력을 갖추느라 고생한 버섯 산업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울산의 버섯문화는 큰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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