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차장대우

울산시의회 본회의장 천장 붕괴사고는 안전 사각지대 발생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천장에 붙은 목재 마감재와 석고보드 등이 의원 좌석을 그대로 덮쳤는데, 당시 본회의가 진행중이었다면 인명피해도 불가피했을 상황이었다.

본회의장 천장은 지난 1995년 시의사당이 건립된 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못했다. 청사 관리 주체인 울산시와 의사당 관리 주체인 시의회 사이에서 본회의장 안전은 외면됐다. 한 해 3조원대 울산시 예산을 사실상 쥐락펴락하는 시의회가 돈이 없어 천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미뤘다기보다 ‘설마 천장이 내려앉겠냐’는 안전 불감증 때문에 지금까지 방치됐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민의의 전당에서 행정 수장인 시장이나 교육 수장인 교육감 좌석 위 천장이 내려앉아 다치기라도 했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토픽감이 됐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사각지대’가 발생하면 어떤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울산 지방의회가 지난 7월 후반기 의정활동에 돌입했지만 시의회를 비롯해 남구의회, 울주군의회는 원구성에 대한 갈등으로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시의회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을 미래통합당에 배정했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엔 2부의장만 배정하기로 하면서 통합당의 반발로 지금까지 원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은 2부의장을 거부하는 한편 상임위 부위원장, 특위 위원도 거부하고 있다. 비회기에 접어들면서 대립각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으로 남아 있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7대7 동수인 남구의회는 당초 전반기 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을 민주당이 맡고 후반기엔 통합당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을 맡기로 약속했지만 민주당이 후반기 의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1차 정례회가 파행을 빚었다. 남구의 조직개편 조례 등에 대한 의회 심의도 기약없이 미뤄진 상태다. 현재로선 대립각이 해소될 여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군의회에선 통합당 등이 민주당의 일방적인 원구성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의회는 주민 대표인 지방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해주고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다수당과 소수당간 감투싸움이 길어지면서 여야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시민을 대표하는 지방의회가 엉뚱한 감투싸움에 열을 올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다. 여야가 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경기침체에 이어 코로나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긴 할까.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를 낼 뻔했던 시의사당 천장 붕괴사고는 ‘사각지대’의 위험성을 또 한번 보여줬다. 지방의회 역시 여야 갈등이 길어질수록 업무에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wslee@ksilbo.co.kr

이왕수 정치부 차장대우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