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물난리로 인해 전국이 쑥대밭이 된 가운데 제5호 태풍 ‘장미’가 울산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11일까지 사흘간 지역별로 100~300㎜의 비가 예상되고 중부지방의 경우는 최대 500㎜ 이상 내리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울산은 그 동안 집중적인 폭우에서 잠시 비껴 나 있었지만 이번 태풍이 울산을 통과할 경우 많은 비를 뿌릴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침수, 산사태, 축대붕괴 등 다른 지역에서 대규모로 일어난 재난이 울산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번 폭우에서 보듯 급경사지는 물론 얕은 야산에서도 토사가 쓸려내려 주택을 덮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국민들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24일 중부지방에서 장마가 시작된 이후 47일째인 이날 현재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8명, 실종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달 23~25일에는 부산 지하차도 침수로 숨진 3명을 비롯해 울산·김포 등에서 모두 5명이 사망했다. 현재까지 잠정 집계된 올해 호우 인명피해 50명은 2011년 이후 가장 많다. 2011년은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났던 해로, 한 해 동안 호우로 77명, 태풍으로 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호우 피해가 커진 데에는 올해 장마가 유례없이 길어진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약해진 지반이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 장마 때라도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동안 땅이 굳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거의 쉬지 않고 내리면서 지반이 계속 약해진 것이다. 이 가운데 태풍까지 북상하고 있어 더 걱정이다. 태풍의 강도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지겠지만, 이전 기록을 보면 태풍이 장마보다 더 큰 피해를 유발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산림청은 지난 8일 울산을 포함한 상당수 지역에 산사태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위기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인데 ‘심각’ 단계가 가장 높은 단계다. 비가 계속 내릴 경우 약해진 지반으로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울산에는 산사태 우려 지역이 총 969곳에 달한다. 하나하나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너듯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올 장마는 기상이변이랄 만큼 이례적이지만 몇몇 사고는 미리 대비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정부와 지자체는 수해대책이 전시행정이 되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고 사각지대가 없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이 인재를 불러오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최고 수준의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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