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문화예술회관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이 지난해 4월부터 비어 있다. 회관 내 유일한 수익시설이지만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는다. ‘쉼터’라는 이름의 하나의 공간이었던 이곳은 리모델링을 통해 레스토랑과 카페로 분리했다. 앞서 임차인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간 이후 1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을 한 다음 사업자 모집에 들어갔으나 유찰과 낙찰자의 계약포기 등으로 인해 벌써 올 들어 5번째 입찰 재공고를 냈다. 올 3월 임차인 공모에서 낙찰자가 나왔으나 개인사정으로 포기한 이후 2차례 유찰과 낙찰포기가 이어졌다.

문화예술회관은 울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문화공간이다. 일반시민들이 이용하는 2개의 공연장과 4개의 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시립교향악단·합창단·무용단 등의 예술단이 상주한다. 그런데 부속공간인 카페와 레스토랑에 운영자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문예회관이 울산시민들과 얼마나 친숙하지 못한 건축물인지를 말해준다.

올해 임대사업자가 나서지 않는 것은 코로나19탓에 공연과 전시가 거의 취소됐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코로나19가 있기 전부터 ‘쉼터’는 이용률이 낮았다. 대개의 경우 대규모 문화공간에 달린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특유의 예술적 분위기로 인해 이용률이 높다. 외국의 경우에도 박물관과 미술관, 공연장 등이 달린 레스토랑은 식사 때가 되면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다.

문제는 울산문화예술회관의 접근성이다. 레스토랑의 구조가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 자문을 거쳐 레스토랑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나선형 계단도 없애고 내부 구조도 다시 조정하는 등의 애를 썼으나 한계는 여전하다. 근본적으로 문예회관의 구조와 주변 환경에 대한 재진단이 필요하다. 공연과 전시를 보겠다는 특별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면 찾는 사람이 없는, 시민들과 친근하지 못한 공공건축물에서 탈피해야 한다. 공연장과 전시장이라는 실내 공간 뿐 아니라 건축물 전체가 울산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문화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으려면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문예회관은 위치나 주변 환경이 나쁜 곳은 아니다. 더구나 뒤편으로 공원까지 끼고 있다. 상권이 발달한 지역일 뿐 아니라 남구청과 남구문화원도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울산문예회관은 37년 전인 1983년 시민회관으로 계획돼 1990년 3월 착공, 1995년 10월 개관했다. 그리 오래된 건물은 아니지만 그동안 공공건축물의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문예회관·남구문화원·문화공원에 이르는 공적 공간의 가치 확보를 위한 새로운 공간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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