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국회의원 옷차림 이슈로 부상
도 넘은 인신공격 등 성차별 만연 확인
다양성 인정하는 진일보한 의식 필요

▲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자신이 차려 입은 옷을 보고 누군가가 칭찬해주면 기분이 좋아진다. 분명 옷이 멋지다고 했을 뿐인데 기분이 좋아지는 건 옷과 자신을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옷을 제2의 피부라고도 한다. 그 만큼 옷은 착용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들은 의복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사회적 정체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의복이 무성의 언어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사회적 상호작용 시 의복은 인상형성 과정에 중요한 단서 역할을 한다. 하나의 단서로 사용되는 의복은 서로를 판단할 때 영향요인에 따라 단서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 차이를 가져오는 구체적인 요인들은 두드러진 단서 효과, 고정관념, 유사성 가정, 후광효과, 평가자의 속성 등이 있다.

최근 한 국회의원의 옷차림이 이슈가 되었다. 그 이유를 의복을 통한 인상형성 과정과 관련지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두드러진 단서 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의복을 통한 인상형성은 색상, 디자인, 소재 등에 의해 순식간에 이루어지므로 국회라는 공간에서 흔히 의원의 복장으로써 지각된 바 없는 유형이어서 시선을 끌었다고 본다.

둘째, 고정관념이 작용되었기 때문이다. 근엄한 곳이므로 반드시 정장 차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시각이 작용한 것이다. 고대시대부터 의복은 신분과 계급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몇 천 년이 지나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적폐청산을 주창하는 작금에도 변하지 않은 상징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또 페미니즘의 변천사적으로 볼 때 여성의 의복에도 그 개념이 반영되어 유행이 일어났었음도 인정하자. 21대 국회는 의원 선출부터 소수의 국민의 뜻이라도 다양하게 수용하자는 취지에서 선거법까지 개정하며 개원했다. 대학 캠퍼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옷차림 하나를 그토록 이슈화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셋째, 사람들이 타인을 판단할 때 자신과 유사하다고 가정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의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직장에서 일할 때 활동이 편리한 실용적 가치가 있는 의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면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게 판단할 테지만 상징적 가치를 더 중시하면 신분과 권위의식을 담은 차림을 타인에게도 요구하는 것이다. 경직된 사고를 반증할 뿐이다. 다양성 부족과 타인 평가에 인색한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넷째, 후광효과(halo effect)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처음 판단이 그 다음 다른 단서에도 영향을 미쳐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해 버리는 것이다.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낀 사람을 보고 뭔가 숨기려한다는 인상을 가졌다면 눈에 문제가 있어 착용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다른 단서들을 계속 수상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한 달 전쯤에 있었던 한 정치인의 죽음에 대한 그 의원의 언행 때문이라고 본다. 문상을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밝힌 것이라 볼 수 있는데 굳이 기자들 불러 모아 장례식 불참을 선언하니 죽은 정치인을 안타깝게 여기는 입장의 사람들의 눈엔 그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이 곱지 않은 것이다. 가장 진보적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후진적 정치 행위를 한 셈이다. SNS상에 성차별적 발언 혹은 댓글들이 제법 있다. 장례식 불참 선언이나 성차별적 언행 모두 성숙하지 못한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모두 본질을 보지 않고 있다.

다섯째, 평가자의 속성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로 모피코트를 입은 사람에 대해 그의 경제적 위치를 읽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환경보호에 관심 없는 졸부로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의복의 주체인 평가대상자보다 평가자가 가진 생각에 따라 판단된 것이다. 그 의원에 대해 부정적 판단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뭘 해도 싫을 뿐이다. 그 의원이 입은 의복 때문이 아니라 그 의원 때문에 일어난 의복 논란이다. 유아적 사고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프레임을 세워두고 사람을 평가하는 데 익숙하다. 직장에서도, 청소년들의 학교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왕따가 만들어지고 소외가 사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더 진일보한 사람이 사는 세상을 제대로 만들려면 다양성을 인정하는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의복이 인상형성 과정의 단서로 사용될 때 특성에 따라 상징적으로 전달되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또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판단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을 벗어난 논란은 그만했으면 한다. 국회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고 일하는 곳이고 국민은 일을 잘하고 있는지 감시 잘하면 된다. 그것이 본질이다.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