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는 정도가 지나쳐 폭우가 쏟아지고 인명피해도 나고 물적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빗물이 흘러 내를 거쳐 강으로 가고 바다로 흘러간다. 이때 바닷물의 만조 때와 겹쳐 물이 역류하며 물난리가 심해지고 있다. 비가 많이 와 산비탈에 지은 집이 산사태를 겪어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그 토사와 바윗덩이가 산 아랫동네의 집과 논밭을 덮쳐 못쓰게 만들었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다리가 유실되면서 실종사고도 일어났다. 계곡에서 야영하다가 계곡물에 떠내려 간 뒤 찾을 길이 없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러한 재해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다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1810년 폴란드 바르샤바 근교에서 태어나 평생 피아노곡만 작곡하며 천재 피아노 연주자로 지금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는 쇼팽도 많은 비로 인해 물난리가 나서 돌아오지 못하는 아내를 기다리며 작곡을 했다.

폐병에 걸려 몸이 쇠약해진 쇼팽이 사랑하는 여류 작가 조르즈 상드와 함께 마요르카 섬에 요양하러 갔을 때다. 상드는 어느 날 쇼팽의 기침이 덜 나고 좋아지는 것 같아서 아들 모리스와 함께 팔마로 먹을 것과 필요한 물건을 사러 외출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려 도로가 침수되어 돌아오지 못했다. 연락도 안 되고 날은 어두워져 이리저리 돌고 돌아 6시간이나 걸려 한밤중에 집에 돌아 왔다. 그날 상드가 돌아오자 쇼팽은 급류에 죽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가족을 기다리던 쇼팽은 처음엔 빗소리를 들으며 빗방울 소리를 피아노로 치다가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상드와 모리스를 생각하며 불안과 공포가 엄습해 오는 마음을 피아노곡에 담았다.

쇼팽이 작곡한 24곡의 전주곡 중 15번째로, 이 곡을 우리는 ‘빗방울 전주곡’이라 이름 붙여 부르고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빗방울 소리가 들린다. 또 기다리다 불안이 엄습해오는 심정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추천음악= Prelude Op.28-15번(일명 빗방울 전주곡) 작곡 쇼팽, 연주 손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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