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 보존 위해 청정식수 포기했는데
물분담금·고도정수처리비용까지 요구
울산시민의 진정성 무시한 처사 불쾌감

▲ 신형욱 사회부장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 11일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과 함께 사연댐을 찾았다. 계속된 비로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 기간이 길어지자 대책 마련을 위해 송 시장이 요청해 만든 자리로 알려졌다. 사연댐 물을 강제라도 빼내 한시라도 빨리 암각화를 건져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송 시장은 최근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권 맑은 물 공급 추진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일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모여 마련한 협약안에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과 걸린 낙동강통합물관리사업이 담겼다. 이 사업을 한국형 그린뉴딜 사업에 반영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업은 낙동강 상류의 남아도는 물을 울산과 부산에 나눠주고 대신 상류지역의 주민 복지와 발전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환경부가 진행 중인 낙동강통합물관리사업을 위한 용역에서 도출된 어떤 안이 채택되더라도 울산은 운문댐에서 물을 끌어올 수 있다. 울산시의 유일한 자체 식수원인 사연댐 수위를 낮춰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하지만 사업이 공론화되자 바로 난관에 봉착했다. 환경부의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는 환경단체와 상류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취수원이 있는 경남 합천과 경북 구미 등 기초지자체도 반발하고 있다. 처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수월했다면 반구대 암각화 보존 논란이 20여년을 끌어왔을리가 만무하다.

갈수록 훼손이 심화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겠다며 최근 10여년 동안 반구대 암각화를 찾은 정부 고위 관계자와 국회의원들은 양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때 뿐이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도 2003년 울산시가 서울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면서다. 정부나 문화재청의 주도가 아니었다. 이후 과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울산시의 보존 논의에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 조절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요지부동이다. 식수전쟁 시대 청정식수를 포기해야 하는 울산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은커녕 울산과 울산시민이 반문화재적이라는 프레임 씌우기에 혈안인 듯했다. 논란속 20여년 암각화 훼손이 진행됐지만 외면했다.

보다 못한 울산시가 강제로라도 사연댐 물을 빼내 암각화를 건지겠다며 한발짝 더 나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낙동강 통합 물관리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전제는 당연하다. 그런데 또 뒤통수를 맞은 듯하다. 통합물관리 방안에는 수혜지역에서 상생기금을 받아 상·하류 협력사업이나 친환경 청정사업에 쓰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문제는 이 수혜지역에 울산이 잠정 포함된 것이다.

자체 청정식수까지 포기하면서 선택한 고육지책에 돈까지 내라는 얘기다. 물분담금과 고도정수처리비용 등을 더 부담하고 낙동강 물을 더 받아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기존 논리와 다르지 않다.

송 시장이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하는 것에 대해 정부나 다른 지자체에서 혜택을 베푸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반구대 암각화를 지키기 위해 울산시민이 양보하고 희생한데 대한 정당한 대가로 봐야 한다”는 인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국가의 보물이고 인류의 재산이다. 관리보존의 책임 역시 정부에 있다. 식수는 시민의 생명이다. 식수를 포기하면서까지 암각화 보존에 열성인 울산시민의 진정성을 무시한 것같아 불쾌함을 느낀다. 정부의 정확한 상황 판단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 마련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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