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광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코로나 시대에 자신과 타인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스크(mask)의 착용이 국민의 의무로 자리잡았다. 마스크(mask)는 이제 휴대전화기 만큼 일상의 필수품이 됐다. 마스크(mask)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가면이다. 원래 가면은 치장을 하는 도구이며 얼굴을 가리는 데 쓰이는 도구를 뜻한다.

한편, ‘가면을 쓴다’는 말은 단순히 얼굴을 가리는 것 외에 사회·심리학적 의미로 일상에서 더 많이 사용된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드라마나 영화, 연극, 오페라, TV 예능 프로그램까지 자주 소재로 사용할 만큼 우리 삶과 밀접하다.

사회적 관계를 필연으로 살아가는 인간, 인간의 생존 기술 중 하나가 ‘가면을 쓴다’는 것이다. 체면을 우선시하고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문화 속에서 원만한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가면 속에 숨김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하고, 아울러 상대방도 나의 태도에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주는 검증된 삶의 기술이다. ‘복면가왕’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자들은 한결같이 가면 안에서 자유롭고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양에서는 가면무도회로 가슴 속 은밀한 욕망을 분출하는 기회를 가졌고, 우리 조상들은 탈춤을 계급사회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통로로도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 기술이 보호 도구가 아닌 위장의 목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이지 않는 가면 뒤에 자신들의 잘못된 언행을 책임지지 않고 숨기거나, 사실을 왜곡시켜 다른 것 인양 속이기 위해 가식과 위선으로 위장한 경우, 가면은 자신과 타인 모두를 해할 수 있는 무서운 무기가 된다.

코로나와 긴 장마 그리고 폭우로 인한 수해까지 겪고 있는 국민들은 지속된 피로감과 깊은 상실감에 빠져있다. 힘든 국민들을 위로하고 민생안정을 위해 발 빠른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어려운 시기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치권의 의무이자 참된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가면 뒤로 민생보다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몰두하는 권력의 양면성을 자주 목격한다. 이미 국민들은 큰 상처를 경험했다. 희망을 걸고 선택한 사람들이 권력의 자리에서 똑같이 위장의 가면을 두르고 아닌 척, 괜찮은 척, 거짓이 사실인 척 포장했던, 가려진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믿고 지지했던 이들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우리들은 모두 자신만의 가면을 가지고 산다. 이는 불변의 진리다. 그렇다면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그 자리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역할이 정의롭지 않다면 가면은 어쩔 수 없이 거짓으로 사용되어 진 것에 불과하다. 가면만 바꿔 쓴다고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시대와 자연재해로 더욱 어려운 시기에는 과감하게 가면을 벗어 버리고 차라리 부족하더라도 진실된 민낯으로 서민을 이끄는 리더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그리고 국민은 뻔뻔한 가면으로 위장한 자들에게 혹여나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정보광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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