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긴요하게 쓰이는 재난관리기금이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최근에는 기록적인 폭우까지 쏟아져 재난관리기금의 용처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재난관리기금이 이처럼 급감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발생할 또다른 대형 재난에 대처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울산시는 예비비 등을 활용하면 재난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재난은 언제, 어떤 형태로 발생할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와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의 재난관리기금 잔액은 2조131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산액 6조8941억원 중 약 70%에 달하는 4조7625억원은 상반기에 이미 집행됐고, 30.9%만 남았다. 올해 상반기까지 코로나19 관련 기금을 집중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울산은 올해 재난관리기금 949억원 중 485억원을 소진, 464억원(48.9%)이 남아 있는 상태다. 구·군의 재난관리기금을 제외한 시 재난관리기금 잔액은 109억원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재난기금 상당 부분을 소진한 상태에서 전국적으로 ‘역대급’ 수해가 겹치자 각 지자체에서는 수해복구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 이번 장맛비로 구례·곡성 등에서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피해액이 2800억원에 이르렀다. 문제는 최근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언제 대형 재난이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8월 말 이후 ‘가을 태풍’이 오기 시작하면 재원 부족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태풍의 개수와 위력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예년 사례를 보면 태풍은 장맛비보다 큰 피해를 몰고 온 적이 많았다.

시는 올해 집행 예정액 대비 사용 가능 잔액은 109억원이지만 수입과 집행 예정액을 제외한 예정 잔액은 264억원이어서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면 373억원까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재난관리기금 예치금을 처음부터 다시 적립해야 하는 문제가 다시 생긴다. 2021년 의무 적립액은 242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올해 718억원의 33.7% 수준에 불과하다. 또 재난관리기금 잔액을 모두 응급복구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년 적립하는 재난관리기금의 15%는 의무예치금으로 분류해 대형 재난 상황에 대비해 따로 관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재난관리기금은 올해 코로나19와 폭우처럼 불가항력적인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해놓은 것이다. 이런 기금이 갈수록 소진되고 있다니 다가올 더 큰 재난에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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