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국 한국전기공사협회 울산광역시회 회장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모두에게 익숙한 이 문구는 진료의 전문성과 역할을 분리를 보여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기공사는 전기공사 등록업체만이 시공할 수 있고, 타 공종과 분리해 시공품질의 안정성을 꾀하는 것이 간단하게 말하면 전기공사업법이 제정된 취지다. 최근 이런 전기공사업법의 취지를 무시하는 새로운 법안이 발의되어 전기공사기업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원욱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스마트 특별법)은 BIM(건설정보모델링), DfMA(공장 제작·조립공법) 등 스마트건설기술 활성화를 위한 법이라는 미명하에 기존 산업의 틀을 바꾸고, 전문건설업의 영역을 심각하게 초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지정 스마트 건설기술사업에 수반되는 전기공사에 관하여는 전기공사업법 제11조에 따른 전기공사 및 시공책임형 전기공사관리의 분리발주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한다’라고 하여, 실질적으로 전기공사 분리발주의 입법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대형 건설사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시에는 분리발주 예외 사유로 적용되어 전국 1만8000여 전기공사기업이 대형 건설사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뿐더러 적정 공사비 확보가 어려워 시공품질 확보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예를 들어, 전기공사에 100만원의 시공비용이 책정되었을 경우, 스마트 특별법에 따르면 A건설사가 전기공사를 포함한 모든 공사를 일괄 도급받아, 결국 전기공사 부분을 B전기공사기업에게 하도급을 주게 된다. 문제는 100만원이라는 공사 대금에서 전기공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A건설사가 일정부분 이윤을 제한 나머지 금액으로 B전기공사기업에게 도급되기 때문에 결국 A건설사가 유통마진을 챙기고, B전기공사기업은 원래 책정된 금액보다 작은 금액으로 공사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공사를 시행하는 전기공사기업의 경영상태는 나빠질 수밖에 없어 대·중소기업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심지어 이런 구조적 문제로 인해 전기공사 시공품질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결국 모든 피해는 전기를 공급받는 수용가에서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기공사업법 제11조는 ‘전기공사는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발주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전기공사를 타 공종과 분리해 공사해야만 한다는 내용은 시공의 전문성을 인정해,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꾀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영상태를 보유한 전국 1만8000여 전기공사기업들의 먹거리를 보장하고, 대기업의 하청으로 전락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스마트 특별법은 이런 기존 법안의 긍정적인 취지를 깡그리 무시하고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개념에도 전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전국 1만8000여 전기공사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또한 동 법안에는 스마트 건설기술 사업 추진 시 다른 법에 우선해 적용한다는 조항이 있어 기타 특별법보다 상위법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전기공사업법 등 다른 특별법에서 제·개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적용이 어려워 과도하게 입법을 규제한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이와 함께 공공 발주기관의 경영실적 평가에 스마트 건설기술사업을 포함해 전기공사 분리발주 배제 등을 강제적으로 유도하고 중앙(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인 건설기술사업은 사전에 촉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중앙(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받은 것으로 의제해 심의위원회 기능(분리발주 여부 검토)을 무력화한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전국에는 1만8000여 전기공사기업이 있고, 울산지역에도 370여 전기공사기업이 존재하고 있다. 울산지역 370여 전기공사기업은 심각한 생존의 어려움을 초래할 스마트 특별법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모두의 전문성이 정당하게 인정받기를 바란다.

유병국 한국전기공사협회 울산광역시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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