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원 세호마린솔루션즈(주) 대표

지난해 9월28일 화재폭발사고가 발생한 네덜란드 스톨트 탱커사의 화학제품운반선이 아직도 울산 예전부두에 계류되어있다. 최근 스톨트 그린랜드호에 잔류되어 있던 스티렌모노머(SM) 화학제품 폐기물 처리절차가 마무리 되어 선박이동이 가능해졌다는 보도를 접했다.

동 선박의 화재폭발로 인하여 울산대교가 손상을 입었고 화재 집화 과정에 많은 인원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도됐다. 그 당시 가스누출 여파로 울산 지역 시민의 건강까지 위협하여 울산 시민들이 며칠간 마스크를 쓰고 다녀할 정도였다. 여러 안전 측면에서 정말 아찔한 사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화재폭발 사고로 인해 울산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가운데 사고선박이 떠나기 전 이 배의 주인인 스톨트 탱커사가 사후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짚어본다.

먼저 짚어 볼 것은 울산해양경찰 및 울산소방서를 포함한 전문 유관 기관이 폭발화재의 원인을 면밀하게 조사했으나 아직 원인불명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선주사와 선원들이 원인규명에 적극 협조했더라면 과연 원인불명으로 남아 있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향후 항내에서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화재폭발로 인하여 울산대교가 손상을 입었다는데 손상의 범위와 대책방안에 대해 명쾌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스톨트 탱커사와 같이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해운사가 울산에서 엄청난 화재폭발 사고를 초래하고 울산의 대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울산대교를 손상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적절한 보상이 있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금년 초 동 선박에 대하여 입수한 자료를 분석하면 고체형과 젤형으로 화물창에 남아 있는 SM폐기물과 평형수에 용해되어 있는 SM폐기물을 다 합하면 처리해야 할 물량이 무려 6000t 전후가 된다.

게다가 상갑판 일부는 손상되고 찢어져 개방되어 있는 상황이다. 타 지역으로 선박을 이동할 경우 자칫 해상 이동 중 예기치 못한 누수 누출사고가 발생하여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박 설계 및 개조 전문 업체에 종사해온 필자로서는 기우에 끝날 일이기를 바라지만 울산시 관내 해당기관은 혹시라도 모를 모든 위험 가능성을 열어 두고 동 선박의 해상 이동에 대해 숙고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SM폐기물 해상 누출 사고는 사후약방문 식으로 처리되고 취급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통영 지역 환경단체들이 선박 이동 및 통영 입항을 두고 2차 사고와 환경오염을 우려하여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지역에서의 폐기물 처리 및 수리작업이 단지 위험하고 귀찮다고 해서 억지로 타 지역으로 떠미는 것도 옳은 일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 지역에서 안전한 방법을 찾아 해결하고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 울산시와 유관기관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 조선 산업의 메카인 울산에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굳이 고성이나 여수까지 위험을 초래하면서 옮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타지역으로 옮길 것이 아니라 굴지의 수리조선이 있는 울산 또는 근교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폐기물처리작업과 수리복구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의 비용이 초래되고 또 공사기간이 일 년 이상 소요된다.

우리 지역에 있는 다수의 업체가 궁극적으로 선박 복구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없는 일을 만들기보다는 있는 일을 우리 것으로 확보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와 관련해, 해당 선주사는 사고 선박의 SM폐기물처리와 수리복원작업의 기회를 울산지역 기업에 우선적으로 부여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 울산지역 사회에게 속죄의 마음과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김영원 세호마린솔루션즈(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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