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하람 병영초 신규교사

어느덧 길고도 짧았던 1학기가 끝나고, 처음 울산 병영초등학교의 교문을 들어서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아직은 앙상하지만 커다란 느티나무가 반겨주던 운동장, 따뜻한 다과가 있던 교무실, 그리고 잔뜩 긴장한 우리를 환하게 맞아주시던 선생님들의 모습이 생생히 그림처럼 그려진다. 그렇게 여러 선생님들의 환영과 함께 2020년 2월. 드디어 나는 선생님이 되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전까지 학생이었던 나는, 누구보다 학생의 생각과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선생님처럼 능숙하게 수업을 할 수는 없어도 아이들 마음만큼은 꼭 이해해줘야지’ ‘부족한 점, 미숙한 점은 분명 많겠지만 항상 내가 좋아했던 선생님의 모습들을 항상 떠올리며 노력해야지’ 다짐했다.

그렇게 이것저것 다짐하며 보냈던 설레는 일주일. 그런데 갑자기 개학이 연기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심해진 것이다. 몇 번의 개학 연기 끝에 결국 나의 첫 개학은 온라인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온라인 개학은 내가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학습꾸러미를 나눠주고, e학습터에서 출석을 확인했다. 강좌를 올리고 과제를 내면서 처음엔 라포(rapport) 형성은 하지도 못한 채 숙제만 내주는 선생님이 되는 건 아닐까 고민했다. 실제로 아이들이 많은 숙제에 힘들어하기도 했으며 아예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며 좋은 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온라인 학습 기간 동안은 오히려 일대일로 연락하며 지도하기 용이했고,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 조금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기 시작한 뒤로는 더욱 많은 일이 있었다. 아이들과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같이 뛰기도 했다. 싸워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있었고, 화를 이기지 못해 소리를 지르는 학생도 있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나를 웃게 하는 것은 아이들이었고, 울게 하는 것도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들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고 있을 때 나를 이끌어준 것은 다른 선생님들의 조언이었다.

‘서로 나눔 학교’인 우리 학교는 교사 다모임을 통해 교육활동 연구와 협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학급 운영부터, 학부모 상담, 수업 준비까지, 정해진 시간이 아닐 때에도 수시로 찾아가서 고민을 상담하고 경험을 나누었는데, 이는 모든 게 처음인 나에게 등대가 되어주었다. 이런 게 바로 ‘서로나눔학교’가 아닌가 싶다. 처음엔 우리 학교가 ‘서로 나눔 학교’라는데, 단어 자체도 생소해 뜻도 모른 채 다모임 시간에 앉아있기도 했다. 아직도 내가 잘 모르는 측면이 분명 많겠지만 적어도 한 학기 동안 내가 느꼈던 ‘서로나눔 학교’는 이렇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교사들이 모여 함께 소통하는 것, 그리고 그 소통과 참여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바꾸어 나가는 것.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나지만, 1학기 동안의 배움이 자양분이 되어 오늘보다는 내일 더 성장하는 교사가 되길 다짐해 본다.

강하람 병영초 신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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