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심리클리닉 (4)부부의 공간에 친구를 들이지 마라

▲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0대 부부가 진료실을 찾았다. 아내는 남편에게 말했다.

“내 친구들 모두 당신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더라.”

남편은 아내에게 말한다.

“뭐? 야. 내 친구들은 다 너보고 이상하다고 그래.”

당신은 이런 경험 없는가? 애착이 무너지면 부부는 어리석어진다. 이는 마치 초등학생이 편을 나누며 다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는 이유가 뭘까?

대개 자기 입장을 단호하게 나타내기에는 논리적인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에서 관우는 매번 혼자 선봉에서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적진을 향해 달려 나갔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한 장수는 자신을 엄호할 병사를 배치한다. 당신도 그렇다.

부부 갈등 시 당신의 주장에 결함이 없다면 친구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하지만 당신의 주장에 허점이 느껴지면 친구에게 도움을 청한다. 실력이 출중하면 당신은 17명을 상대로 싸우는 단 한 명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항상 당신은 17명 중 하나다.

논리가 부족하면 대화를 통해 서로가 보지 못하는 사실의 일부를 점검해야 할 일이다. 폭력 조직도 아니고 그저 머릿수로 이기려 해선 안 된다. 당신이 머릿수를 채울수록 배우자 또한 더 많은 머릿수를 동원한다. 결국에는 패싸움이 되고 피해는 훨씬 커진다.

어쩌면 친구를 넘어 시댁, 친정 어른의 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마치 파도에 휩쓸려 낭떠러지로 떨어지듯이 주변 의견에 휩싸여 부부는 더 깊은 불화의 늪에 빠져버린다.

만약 당신이 매번 부부 갈등을 친구 또는 부모에게 말하고 있다면 당신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다. 타인의 조언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제3의 인물을 찾아라. 부부 모두와 동등한 심리적 거리를 가진 사람 말이다. 그래야 부부 모두 편견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적합한 제3의 인물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또는 부부치료 전문가이다.

만약 자녀가 친구한테 맞아서 학교폭력 위원회가 열렸는데 위원장이 가해자 부모의 지인이라면? 당신은 그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절대 아닐 것이다. 친구가 당신 손을 들어주면 배우자가 달라질 것 같은가? 절대 아니다. 이는 당신도 마찬가지다.

부부 대화에 친구를 들먹이지 마라. 치료자도 듣기 싫다. 배우자는 오죽하겠는가. 친구가 당신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어딜 가도 남의 인생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친구는 꼭 있다. 당신 친구가 당신의 삶을 선택하게 두지 마라. 책임은 당신 부부와 자녀가 져야 한다.

바둑판에 앉으면 구경꾼의 훈수는 듣지 마라. 결국에는 판돈 날리는 건 당신이다.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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