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온산역·서생역

▲ 온산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생산되는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건립된 온산역. 1979년 1월25일 역사를 신축 준공했고, 같은 해 4월1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온산공단 화물 수송 담당, 온산역
연간 유류·종이·비철 등 공산품 수십만t 운송
산단 개발로 집단이주…실향민의 아픔도 간직

‘13년간 유령역’의 부활, 서생역
무배치-배치 반복하다 2007년부터 운행 중단
간절곶·서생포왜성 등 가깝고 비경으로 유명

동해남부선 복선화 사업으로 사라지는 간이역이 있는 반면, 사업이 완료되면서 활기를 되찾는 곳도 있다. 지난 13년간 열차가 정차하지 않았던 서생역이 바로 그런 역이다. 복선화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 서생역 자리에 새역사가 승객을 맞이한다. 인근에 위치한 온산역은 당초부터 여객열차가 아닌 화물 운송 전용으로 개설됐던 역이다. 수십년 동안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며 산업수도 울산을 견인해왔다. 너무 작은 규모의 간이역, 역 명판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 간이역 등 얼핏보면 역인지, 아닌지도 구분하기 어려운 역들이다. 우리나라 최동단 역인 온산역과 서생역을 차례로 만나본다.

▲ 온산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생산되는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건립된 온산역. 1979년 1월25일 역사를 신축 준공했고, 같은 해 4월1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실향민 아픔 간직한 온산역

남창역에서 서생역쪽으로 이동하다보면 한갈래 따로 뻗어나오는 철길을 만날 수 있다. 그 철길을 따라가면 진짜 울산의 모습이 보인다. 커다란 공장들이 수 없이 들어서 있고, 그 공장들 사이 조그마한 기차역이 하나 있다. 바로 온산역이다.

온산역은 온산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생산되는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건립됐다. 1979년 1월25일 역사를 신축 준공했고, 같은 해 4월1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역사는 맞이방과 역무실, 역사 운영 관련 시설들로 단출하게 꾸며졌다. 다른 역들과 달리 본선을 비롯해 쌍용정유선과 영풍선, 고려아연선, LG금속선 등 전용 지선을 갖추고 있는 역이다. 울산역사문화대전 등의 자료에 따르면 연간 수십만 톤의 유류 및 종이, 비철 등의 공산품을 운송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공업발달에 크게 공헌한 역이다.

그러나 이 역의 설립 배경을 들여다보면 가슴 아픈 사연들을 만날 수 있다.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고, 온산이 1974년 국가산업기지개발지역으로 발표된 뒤부터 사상 유례없는 집단이주가 시작됐다. 특히 이곳에 입주한 공장들은 하루 5만t 이상의 폐수를 쏟아냈다. 어촌 부락민 500여명이 팔, 다리, 허리에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괴질을 호소했다. 결국 정부는 8367가구, 3만7600여명의 공단 거주민 전원을 남구 옥동, 남창, 덕신 등으로 이주시켰다. 낯선 곳으로 이주하게 된 주민들은 고향을 잃은 상실감 못지않게 생계수단에 대한 불안감도 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온산역 인근의 온산국가산업단지는 이 나라 국토개발과 공업화의 빛과 그림자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 6·25 전쟁 이후 건립된 서생역은 지난 1991년부터 역에서 표를 팔지 않고 13년간 유령역으로 남아있기도 했으나 현재 동해남부선 복선화 사업으로 신축 공사가 한창이며, 공사현장 한켠에는 예전의 철로와 폐역 흔적이 남아있다.

◇멋진 풍광 품은 서생역의 부활

울주군 서생면 화산리에 위치한 서생역은 호계역, 남창역, 덕하역 등과 달리 6·25 전쟁 이후에 건립됐다. 6·25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지역의 인구 및 물자 운송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개설된 역이다.

서생역은 1957년 11월1일 무배치 간이역으로 시작됐다. 이후 배치 간이역으로 승격됐다가 무배치 간이역이 되길 반복했다. 온산지역의 공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마을을 떠난 사람들이 늘어났고, 열차 이용 인구는 자연스럽게 줄었다. 1991년부터는 역에서 표를 팔지 않아 열차 탑승 후 열차 안에서 표를 구입했다고 한다. 이후 1999년에는 역사가 철거되고, 간이 승강장이 설치됐다. 그리고 2007년엔 간이 승강장마저 운영되지 않고, 열차 운행이 중지됐다.

서생역에 열차가 멈추지 않은지 13년이 흘렀다. 그런데 광역전철인 태화강역과 부산 일광역 구간이 개통되면 서생역 여객 취급도 재개될 예정이다.

현재 서생역은 신축 공사가 한창이며, 간이 승강장은 완전히 철거됐다. 공사 현장 한켠에는 예전의 철로와 폐역 흔적이 남아있다.

▲ 6·25 전쟁 이후 건립된 서생역은 지난 1991년부터 역에서 표를 팔지 않고 13년간 유령역으로 남아있기도 했으나 현재 동해남부선 복선화 사업으로 신축 공사가 한창이며, 공사현장 한켠에는 예전의 철로와 폐역 흔적이 남아있다.

비록 역세권은 빈약한 편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른다는 간절곶이 인근에 있다. 이밖에도 서생포왜성, 진하해수욕장 등 관광인프라가 풍성한 만큼 앞으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처럼 서생역은 장항선 임피역(전북 군산)과 선장역(충남 아산)과 함께 철도여행 마니아들이 꼽는 ‘3대 비경역’이다. 세 곳 모두 역 기능을 정지한 지 오래라 눈에 띄는 볼거리는 없지만, 마니아들만 알고 느낄 수 있는 철도사적 가치와 신비로운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서생역을 주변 철도 선로들은 유난히 구불구불 굴곡이 진 선로가 많다. 느릿느릿 달리면서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역만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참고=<산업도시 울산의 이주사>, 울산역사문화대전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